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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보고, 고요히 생각하라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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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5.28  12: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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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글쓰기 강의를 하며 무수히 많은 글과 마주친다. 자신의 생각을 일목요연하게 잘 보여 주는 글도 있으나, 말하고자 하는 바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거나 표현이 정돈되지 않고 거친 글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들은 개인의 책 읽기, 글쓰기 경험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꾸준한 쓰기 훈련을 통해 얼마든지 개선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다.

이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글이 담고 있는 내용이, 그 내용을 드러내는 표현이 서로 비슷하다는 데에 있다. 일찍이 프랑스의 박물학자 뷔퐁(Buffon, Georges-Louis Leclerc de)은 ‘글(문체)은 곧 사람이다(Le style, c'est l'homme)’라 하였고, 중국의 철학자 맹자는 ‘그 사람의 시를 외우고, 글을 읽고 나서도 그 사람을 알지 못하겠는가?’라고 하며, 글과 사람은 서로 분리될 수 없는 존재임을 지적한 바 있다. 즉, 글에는 글을 쓰는 사람의 생각, 태도, 감상 등이 반영되어 있어야 하고 그것은 사람마다 모두 다를 것이므로, 글 또한 내용과 표현이 달라야 함이 마땅한 것이다. 그런데 왜 대부분의 글은 ‘사람’이, ‘다름’이 드러나지 않을까?

답은 관찰에서 찾을 수 있다. 애초에 대상을 찬찬히 관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가족들이 둘러앉아 밥 한 끼 먹기가 힘들고,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생각에 잠겨 있노라면 속된 말로 “왜 멍 때리고 앉아 있느냐?”며 핀잔을 듣기 일쑤인 시대이다. 가만히 사색하기보다는 그 시간에 무엇이라도 해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대에 관찰이니 사색이니 하는 것은 허황한 외침으로 느껴질 만하다.

그러나 관찰과 사색의 힘은 대단히 크다. 소설가 이태준이 『중앙』이라는 잡지에 연재한 「글 짓는 법 A·B·C」를 보면 관찰과 사색의 힘을 발견할 수 있다. “같은 밥도 오래 씹으면 평소에 느끼지 못하던 맛이 있고, 날마다 보던 집안사람의 얼굴도 오래 들여다보면 새로 보이는 구석이 있다.” 이태준은 ‘나만의 새로운 표현’을 하기 위한 방안으로 오래 보고 오래 생각해야 함을 말하고 있다.

이태준이 말한 것처럼 관찰의 차이는 내용의 차이, 표현의 차이를 불러 온다. 동전을 위에서 잠깐 내려다본 사람은 ‘동전이 둥글다’ 할 것이다. 그러나 동전을 위에서, 옆에서, 멀리서, 가까이에서 가만히 들여다본 사람은 ‘동전이 보름달처럼 둥글다가 선처럼 죽 늘어섰다가 점처럼 콕 박혀 있다가 한다’ 할 것이다. 이처럼 관찰은 대상의 다양한 모습, 새로운 모습을 포착할 수 있게 한다.

관찰을 통해 대상의 다양하고 새로운 모습을 발견했다면 그 발견으로 일어나는 감상을 느끼어야 한다. 발견에서 일어나는 감상을 고요히 느끼고 생각하지 못하면 그 관찰이, 발견이 ‘새로운 표현’이라는 옷을 입을 수 없다. 내 안에서 일어나는 감상으로 남들과는 다른 나를 오롯이 보여 주는 글을 쓰고 싶다면 오래 보고, 고요히 생각하라.
 

/이종림(교양기초교육대학 ·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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