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어난 강남역 살인 사건을 바라보는 남녀 간 시각차는 극명하게 갈린다. 이번 사건을 여성혐오 범죄로 바라보고 여혐을 반대하는 여성 위주의 사이트들을 보자면, 이들은 여성이라 살해당한 피해자를 추모하며 자신들 역시 여성이기 때문에 피해자가 됐을 수도 있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들 사이트 중 ‘메갈리아’ 등 여성 위주 커뮤니티에서는 주로 ‘미러링’(혐오표현을 거울에 반사하듯 되돌림)이라는 방법을 통해 한국 남성들의 문제점을 풍자하고 있다. 하지만 오히려 이 때문에 반사회적인 행동으로 비난을 받는 일간베스트(일베)와 다름없다며 ‘여자일베’라 불리기도 한다.

이와 같은 일부 여성들의 입장에 대항해 반(反) 여혐 또는 남혐을 비난하는 남성 위주의 사이트들은 오히려 ‘일베’의 의견에 수긍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들은 모든 남성에게 책임과 의무를 전가하는 것은 지나치며 추모를 남혐으로 퇴색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온라인상에서의 의견 대립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쉽게 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현상은 자연스러우며 공론의 장에서 더 적극적으로 토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남성 아니면 여성’으로 나뉘어 서로를 맹목적으로 비난하며 갈등의 골이 깊어지지 않도록 현명한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다.

◆페미사이드=여성(Female)과 살해(Homicide)의 합성어. 1976년 벨기에에서 열린 여성대상범죄 국제재판에서 러셀이 처음으로 공식화한 단어다. 이후 ‘여자라는 이유로 남자들이 여자를 살해한 것’이라는 정의로 굳혀졌다. 특정 인종 또는 민족말살을 뜻하는 제노사이드(Genocide)에서 파생된 젠더사이드(Gendercide) 역시 여성에 대한 조직적 살해라는 의미로 사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