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에 대한 일방적 공경 강요하는 폐단 사라져야

  우리 나라 남자는 병역의 의무가 있다. 남자들은 대부분 20대 초반에 군대를 가게 되는데, 대학에 들어가면 1학년이나 2학년을 마치고 군대를 가게 되고 군복무를 마치고 복학을 하면 그들보다 2∼3살 어린 여자 후배들과 함께 2학년이나 3학년을 다니게 된다. 바로 여기에 문제가 있다. 나는 이와 같이, 군대를 제대한 복학생들과 그들 보다 적어도 2∼3살 어린 후배들과의 관계에서 발생되는 수직적인 선후배 관계에 대하여 얘기하고자 한다.

  군대는 권위적인 상하 관계로 이루어져 있다. 하급의 병사는 상사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치명적인 살생의 무기를 다루는 군대에서 군인이 상사에 복종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그것이 무너지면 군대는 유지되기 어렵다. 그런데 군대에서 2년 남짓 생활한 군병역자들이 제대하면서 대학에 복학을 하면 후배들에게도 군대와 같은 복종을 요구하게 된다. 이러한 것은 일상에서뿐만 아니라 M.T와 같은 공식적인 행사에서도 군대에서의 훈련을 모방함으로써, 체력적인 고통을 동반하여 군대와 같은 상하 관계를 주입한다.

  신입생들이 대학에 들어가면 소위 ‘굴린다’는 행사를 으레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그러한 것의 일환이다. 그 결과로서, 긍정적인 면도 있다. 대학 내 체육 대회와 같은 대외적인 활동은 과의 역량과도 연결돼, 각 과는 대학 내 체육대회에 목숨을 걸며 학생 참여율 또한 중요시하게 되는데 이와 같은 단체생활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 상사에 복종하는 것이 군기를 바로 세우듯이, 선배에 복종하는 것은 선배의 기강을 세움으로써, 과 내의 여가 활동에 있어서 단체를 운영하는데 수월하게 한다. 대학 내의 체육대회나 기타 과내 여가 활동의 소집에 있어서, 선배들이 소위 무서울수록 후배들의 참여율이 매우 높은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대학이라는 본분을 생각해보자. 대학은 진리를 탐구하며, 더 나은 삶을 위해 개인이 미래를 준비하는 최종의 단계이다. 대학은 다분히 개인주의 적이어야 한다. 대학은 교수와 학생의 관계가 보다 중요하다. 교수와 학생의 관계는 고등학교까지의 선생과 제자의 관계가 아니다. 교수는 자신의 학문을 학생들에게 어필하고 학생들은 그것을 토론과 고찰을 통해 진리를 탐구하는데 더 접근하고자 해야한다. 이러한 자유로움 속에 학문은 더더욱 깊이 생각되어지고 파헤쳐지며, 더 많은 것을 스스로 얻어 낼 수 있다. 이와 더불어 학생들의 관계는 서로 토론하고 학문을 고양하는데, 학문을 탐구하는 동료로서 또는 경쟁자로서의 역할이 이루어 져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선후배간의 수직적인 상하관계는 권위의식을 발생하며, 위에서 언급한 대학의 학문 탐구로서의 기본 흐름을 방해한다.

  후배들이 선배를 공경하고 안하고는 선배들의 몫이다. 신입생들은 대부분 대학에 들어 왔을 때의 환경에 따라 적응하기 마련이다. 2, 3, 4학년의 선배들이 스스로 선배를 공경하고 후배를 존중해주는 본보기를 보이면 후배들은 으레 절차를 따라오게 되어 있다. 사제 관계를 보더라고 그러한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뭐든지 지나치면 나쁘다고, 학문 탐구 이외에, 선배에 대한 존경심을 강제로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서나, 여가 활동에 참여를 강요하기 위한 전체주의적인 동원은 없어져야 한다. 전체주의적인 운영을 위한 선후배간의 수직적인 상하관계는 권위주의 적인 인식을 발생시키며, 반발심과 보상심리를 동반한다. 이러한 악순환은 계속될 수밖에 없으며, 그럼으로써 개인의 자유 의지가 위축되고, 자유민주주의 의식이 방해를 받게 된다. 이것은 대학이라는 자유와 진리탐구의 순수한 취지를 더럽힌다. 물론 후배는 선배를 공경하고, 또한 선배는 후배를 존중해야 한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했듯이 선배에 대한 일방적인 공경을 강요하기 위한 대학 내의 여러 가지 폐단은 없어져야 한다.

/ 박상문(어문·영문·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