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간호, 예비역 문화 비판으로 무차별 사이버테러 당하기도
우리나라의 신체건강한 성인 남자라면 누구든지 가야만 하는 곳, 군대. 또한 군대에 갔다온 사람들은 예비군 훈련이라는 것을 받게
된다. 군대에 갔다 온 예비군 훈련 대상자, 우리는 그들을 예비역이라고 부른다. 지난 4월25일 부산대 여성주의 웹진 ‘월장’(http://home.pusan.ac.kr/∼wallzang)이
창간호로 예비역 대학생들의 문화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서면서 ‘예비역의 명예를 훼손한 죄’로 남성 네티즌들의 무차별 사이버 테러를 받은 일이
있었다.
월장은 ‘도마위의 예비역’이라는 기획기사로 예비역 남학생들의 음담패설과 매매춘 문화, 내리까시(얼차려), 술 자리에서의 성희롱
등을 문제삼았다. “예비역 선배들의 권위적인 모습들로 인해 그 앞에서 다른 의견을 이야기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문화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는 것이 월장이 가진 문제의식의 발단이었다. 부산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웹진을 홍보한 첫날부터 ‘월장’게시판에는 “××를 찢어 죽일
년들”, “지금 강간 때리러 간다”는 등 입에 담지 못할 욕설들이 쏟아지면서 오픈한 지 불과 3일만에 학교 서버가 다운됐다.
‘월장 커뮤니티’(http://www.freechal.com/wallzzang)의
회원들 중 7명의 정보가 공개됐고 이 중 4명의 회원들이 폰섹스 요청전화를 받는 등 피해를 입는 일도 있었다. 또한 예비역 ㅎ씨는 “조국의
안녕과 평화를 위해 수고한 예비역들을 욕되게 한 월장을 엄중 처단하겠다”며 안티월장 커뮤니티(http://www.freechal.com/antiwallzzang)
등을 개설했고 몇몇 예비역들은 법적 대응에까지 나섰다. 그러나 민원을 접수받은 경기지방경찰청 민원실에서는 “법적적용은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고,
최근 명예훼손에 관한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모변호사도 “감정적인 행동을 취하는 것이지 실제 법적으로 문제될만한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대학생 예비역을 비판하는 ‘월장’의 글, 이에 대응하는 예비역들의 무차별적 언어폭력은 부산대학교 자유게시판에도 이어져 게시판이
떠들썩했다. 부산대 자유게시판과 월장 커뮤니티에서 욕설을 제외한 게시물에서는 “왜 2년 넘게 목숨 걸고 나라 지키고 온 군인들을 싸잡아
욕하느냐”, “가지 않아도 되는 방법이 있었다면 군에 안 갔을 것이다. 기껏 제대하고 나왔는데 가부장적이라고 욕하다니 슬프다”며 월장의 기사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네티즌도 있었다.
이 논쟁에는 자유기고가 진중권씨를 비롯한 일부 이름난 논객들까지 가세해 예비역들에게 맞대응을 하면서 한풀 꺾였다. 또한 각종
언론매체에 예비역들의 광분을 비판하는 글들이 게재되고 부산 MBC 다큐 프로그램에 월장사건이 소개되기에 이르자, 예비역 대학생들의 감정은 조금
사그라들고 이성적인 분위기가 이뤄졌다. 이어 월장 관련 논의는 텍스트 자체의 문제, 사이버 테러의 문제, 대학내 군사문화의 문제로 총화됐고,
마침내 월장 공개토론회까지 이끌어내는 성과를 이뤄냈다.
인터넷을 한동안 떠들썩하게 했던 ‘월장사건’은 6월23일 부산대 본관 대회의실에서 있었던 토론회를 거점으로 서서히 마무리됐다.
그러나 안티월장 측의 불참으로 인해 토론회는 예비역과 여대생들 간의 이해를 좁히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지난 5월 해체된 제1기에 이어 제2기
안티월장은 이날 안티월장 커뮤니티에 ‘그 동안 월장의 비판에 앞장섰던 제2기 안티월장은 이 끝없는 소모전에 종지부를 찍고 더 발전된 방향으로의
문제해결을 모색하고자 금일을 기하여 모임의 해체를 선언하는 바이다’라는 성명서를 게시하면서 안티월장의 해체를 선언했다. 이들의 해체는 서로 간의
화합의 고리를 풀지 못하면서 평행선 논쟁으로 월장사태를 끝맺었다.
이렇게 약 두 달간 진행돼 온 월장사건이 일단락됐다. 암묵적으로 존재하고 있었던 ‘예비역 문화’가 온천하에 드러나게 된
사건이었다. 그러나 예비역 대학생들의 무분별하고 무차별적인 언어폭력은 그들의 논리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오히려 월장사건을 확대시키는 원인이 됐다.
진중권씨는 월장사건의 본질을 우리가 군부독재를 거치는 과정에서 우리사회의 집단 무의식이 된 몇 가지 병적 징후에서 찾고 있다. 또한 월장사건을
비롯해 군가산점제 논란, 성폭력 사건의 논의 등 한국 사회 남근주의의 파시즘적 정체를 해부하고자 한 「페니스 파시즘」(진중권외, 개마고원)이라는
책이 출판되기도 했다. 여대생들과 예비역 대학생들 간의 첨예한 갈등을 빚었던 월장논쟁은 군대라는 공간에서의 파시즘적인 문화가 예비역 대학생들을
매개체로 일상 속에 파고들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드러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 고진선 기자 dimple63@hanmail.net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