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는 독일의 나치즘에서 비롯된 유태인 학살을 ‘우울하지만 우울하지 않게’ 그린 작품이다. 여기에서 보여지는 나치즘은 이탈리아의 파시즘과 그 맥락을 같이 한다.

  1938년 이탈리아. 파시즘과 극우적 민족주의가 팽배했던 그곳에서 귀도는 운명처럼 초등학교 교사인 도라를 만난다. 도라에겐 약혼자가 있었지만 운명이라고 생각한 귀도는 그녀와 함께 마을을 도망친다. 그녀는 귀도의 순수하고 맑은 인생관과 유머에 이끌려 그와 결혼하여 아들 조슈아를 얻는다. 하지만, 독일군의 이탈리아 점령이 시작되면서 그들의 가정에도 불행이 닥쳐왔다. 유태인인 귀도와 조슈아가 포로 수용소에 끌려가게 된 것이다. 갑작스런 불행과 공포에 떨던 도라는 자신이 유태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가족을 따라 수용소에 갈 것을 자청한다. 귀도는 수용소에 도착한 순간부터 자신의 아들 조슈아를 안심시키기 위해 자신들이 처한 현실이 하나의 신나는 놀이이자 게임이라고 속인다. 그리고 게임에서 이기게 되면 상으로 진짜 탱크를 얻을 수 있다고 거짓말을 한다. 결국엔 아버지 귀도의 희생으로 그의 아들 조슈아는 살아남고, ‘진짜 탱크’를 얻게 된다.

  이 영화의 감독 로베르토 베니니는 이탈리아의 ‘찰리 채플린’, ‘우디 앨런’으로 불리워진다.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채플린이나 우디 앨런의 영화 속에는 우리 사회가 가지는 문제점들이 잘 나타나 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이 영화를 진한 부성애가 묻어나는 영화로 기억한다. 이렇게 기억되는 것도 아주 당연하다. 그리고 필자 또한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시각을 조금만 더 넓히면 그 시대에 그렇게 죽어간 사람들, 그 사람들은 우리의 기억 속에 자리한 곳이 없다.

  이처럼 영화 속 주인공이 살다간 시대는 사회적 약자로 놓인 사람들 - 영화의 주인공 귀도와 같은 - 은 그들의 존재가치 조차도 의심받는 시대였던 것이다. 비극적인 역사를 코미디로 옮겨 놓은 베니니가 건드리는 문제 중 하나는 바로 사회 엘리트층의 우매함과 무책임성이다. 호텔 식당에서 손님과 웨이터로 만나 퀴즈 놀이를 즐기던 화학자와 귀도. 그를 다시 유태인 수용소에서 수용자와 신체 검사관으로 만나게 된다. 화학자는 시종 은밀하게 사인을 보내며 귀도를 가까이 하려 한다. 보는 이들로 하여금 귀도의 탈출을 도와주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행동이지만, 그가 원했던 것은 자신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퀴즈 문제의 정답을 알아내는 것이었다. 그는 인간이 대량 학살되는 엄청난 역사의 소용돌이 한가운데 있으면서도 오로지 퀴즈 외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것은 마치 과학의 위장된 중립성, 그리고 지식인들의 무관심과 몰염치성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여진다.

  어찌 보면 이 영화는 현재 우리사회에 은연중에 퍼져있는 파시즘과는 별로 관계가 없는 듯 보인다. 하지만 우리 스스로는 이미 ‘파시스트’가 들끓는 사회에 적응이 되어가고 있고,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가 ‘파시스트’가 되어간다. 하지만 영화는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귀도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를 안쓰러운 듯 그려내고 있다. 이 영화가 우리에게 가슴깊이 와 닿는 이유는 아마도 이렇게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희망과 웃음을 잃지 않는 주인공의 모습 때문일 것이다. ‘우울한 시대’를 ‘우울하지 않게’ 그린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는 이 시대에 스스로 적응해 가는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일깨워 준다.

/ 조지영(사과·사회·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