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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장(斷腸), 자식 잃은 부모는 창자가 끊어진다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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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1.26  13:4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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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고사성어는 자식을 잃은 부모의 형용할 수 없는 슬픔을 뜻하는 단장(斷腸)이다. 새끼 원숭이를 빼앗긴 어미 원숭이가 창자가 마디마디 끊어져 죽은 이야기가 소개돼있다. 이처럼, 자식을 잃은 부모의 심정은 실로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러운 것이다. 이 이야기를 통해 자식을 잃은 부모의 고통스러운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오래된 대중가요 중에 ‘단장의 미아리 고개’라는 노래가 있다. 어렸을 때 어른들이 부르시던 것을 가끔 들을 수 있었는데, ‘단장’을 ‘지팡이’로만 알고 있었던 나는 이 노래의 제목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가사는 ‘미아리 눈물 고개/ 님이 넘던 이별 고개/ 화약연기 앞을 가려/ 눈 못 뜨고 헤매일 때/ 당신은 철사 줄로 두 손 꽁꽁 묶인 채로/ 뒤돌아보고 또 돌아보고/ 맨발로 절며절며/ 끌려가신 이 고개여/ 한 많은 미아리 고개’ 이런 내용이다. 슬프다. 한국전쟁 당시 미아리 고개를 넘어 북쪽의 포로가 돼 끌려가던 남편을 그리며 아내가 부른 노래다. 저 미아리 고개를 넘어 떠나가는 남편은 언제 돌아올지 기약이 없고, 아내는 그날이 언제일지 모르지만 제발 살아서 돌아오기만을 간절히 바랐다. 그 후 한참이 지나서야 나는 ‘단장(斷腸)’이 ‘창자가 끊어진다’는 뜻임을 알게 되었다.

우리말 가운데 ‘애끊는’ ‘애끓는’ ‘애타게’ 등의 표현은 아마 ‘단장’에 그 어원을 두고 있지 않을까. 여기서 ‘애’라는 것은 ‘창자’의 순우리말이다. 전라도 음식 중에 ‘홍어애국’이라는 것이 있는데, 홍어의 내장과 보리순을 주재료로 하되 된장으로 맛을 내는 국이다. 어떤 때에 우리는 창자가 끊어질 듯이, 그리고 창자가 타버릴 정도로 괴로울까. ‘단장’의 고사는 이것이 단지 ‘깊은 슬픔’을 나타내기 위한 비유가 아니라 실제 상황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진(晉)나라 장수 환온(桓溫)이 촉(蜀)나라 땅을 공격하러 가는 길에 삼협(三峽)을 지나게 됐다. 그런데 부대 대오 중의 어떤 사람이 원숭이의 새끼를 잡아왔다. 그러자 어미 원숭이가 강 언덕을 따라 슬피 울며 1백 여리를 왔는데도 떠나가지 않더니, 결국 배 위에 뛰어 올라와서는 곧 숨을 거두고 말았다. 그 원숭이의 배를 갈라보니 창자가 마디마디 끊어져 있었다. 이를 들은 환온은 대단히 화를 내며, 그 새끼 원숭이를 잡았던 부하를 군영에서 내쫓도록 명했다. 이 이야기는 『세설신어(世說新語)』 「출면(黜免)」편에 실려 있다.

스토리는 간단하지만 다시 곱씹어서 읽어보면 새끼 원숭이를 잡아온 그 부하의 행동이 참으로 무지막지했음을 알 수 있다.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삼협은 사천성(泗川省)과 호북성(湖北省)의 경계인 양자강(揚子江) 중류에 있는 협곡으로 구당협(瞿塘峽)ㆍ무협(巫峽)ㆍ서릉협(西陵峽)의 세 협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전체 길이가 120Km나 되고 양안(兩岸)에는 500~600미터 높이의 절벽이 서 있다고 한다. 이렇게 먼 거리를 배로 지나게 된다면 중간에 몇 번씩 쉬어갈 수밖에 없다. 병사들은 배를 언덕에 대고 내린 뒤 저마다 휴식을 취했다가, 명령이 떨어지면 다시 일제히 배에 올라 길을 재촉했을 것이다. 잠깐 언덕에 배를 대고 쉬는 사이 한 병사가 새끼 원숭이를 잡아 왔다. 상상해 보자. 그 새끼 원숭이는 어떤 상태에 있었을까.

‘동물의 세계’ 같은 TV 프로그램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원숭이를 포함한 영장류는 대개 집단생활을 한다. 인간도 그렇지만 원숭이 또한 새끼가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는 어미의 절대적인 보호 속에 있다. 품에 안고 있거나 업고 있거나, 젖을 먹이고 있거나, 손을 잡고 데리고 다니거나…… 머리털을 골라가며 이를 잡아주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어른이 아닌 새끼 원숭이라면 아마도 어미 원숭이와 꼭 붙어 있었을 것이란 사실이다. 그 상태에서 새끼와 어미를 억지로 떼어 놓고 훔치듯이 새끼를 안고 달아나 배에 올라탔으니 어미 원숭이는 십중팔구 혼비백산하지 않았을까.

어미는 새끼가 납치된 배를 따라서 정신없이 강 언덕을 달렸을 것이다. 유속이 느려지는 곳에서는 자신도 걸음을 늦추고 유속이 빨라지는 곳에서는 자신도 함께 내달리며 배를 뒤따라간 것이 백 리가 넘었다고 했다. 40Km 이상을 울면서 달려오다가(이 거리를 쉼 없이 달려왔다는 사실도 그 모정(母情)의 지극함을 증명한다) 강폭이 좁아지는 곳에 이르러 배가 언덕 가까이 다가오자 갑자기 배에 뛰어든 것이다. 그리고는 곧바로 숨이 끊어졌다. 사인을 알아보기 위해 배를 갈랐더니 창자가 조각조각 끊어져 있었다. 눈앞에서 자기 새끼를 빼앗기고,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배에 자신의 아기가 무작정 실려 가는 것을 본 그 어미 원숭이의 심정이 어땠겠는가. 얼마나 걱정이 되고 얼마나 속이 상했으면 창자가 다 끊어졌을까. 그야말로 애가 타고, 애가 끓고, 애가 끊어지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환온 장군은 불같이 화를 내며 새끼 원숭이를 잡았던 병사를 찾았다. 왜 화를 냈을까. 오랜 시간 배를 타는 일은 매우 지루하다. 2년 전 여름휴가 때 ‘삼협 크루즈 여행’을 잠깐 계획한 일이 있다.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데다 배를 타고 여행한다는 것이 상당히 낭만적으로 느껴져 여행지로 거의 낙점할 뻔했는데, 문제는 사흘이나 배를 타야 한다는 것이었다. 배 안에서 사흘 동안 도대체 무엇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단 말인가. 잠을 자고,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경치를 즐기고, 게임을 하고, 노래자랑을 하고… 온갖 일을 다 하면서 시간을 죽인다 해도 삼일 동안 배만 탄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었다. 굳이 이 황금 같은 휴가에 그렇게 배 안에서 긴 시간을 보낼 이유가 있나 싶어 결국 행선지를 다른 곳으로 옮겼다.

환온의 그 병사들도 배를 타는 일이 얼마나 지겨웠을까. 그런 와중에 잡아온 새끼 원숭이는 어떤 위문공연단 못지않게 그들을 즐겁게 해주고 위로해 주었을 것이다. 모든 동물의 새끼는 대체로 다 귀여우니까. 그런데 인간들 즐기자고 새끼 원숭이를 강제로 납치해 온 것은 어미 원숭이에게 얼마나 가혹한 처사인가. 한 번만이라도 그 어미 원숭이의 입장에 서서 마음을 헤아려 보았다면 차마 그렇게 잔인한 짓을 하진 않았을 텐데. 환온이 분노했던 이유는 아무리 짐승이라지만 어미에게서 새끼를 빼앗는 것이 너무나 가혹하고 잔인무도한 짓이라 생각해서가 아니었을까. 그리고 결과적으로는 어미가 죽었으니 그 새끼 원숭이를 고아로 만든 것이 아닌가. 더 심하게 벌 받지 않고 그저 군영에서 내쫓기는 걸로 사건이 일단락되었으니, 그 병사는 차라리 운이 좋았다고 하겠다. 갑자기 낯선 곳에서 홀로 산에 버려진 병사가 그 이후 어떻게 됐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이렇듯 ‘단장’은, 애초에는 자식을 잃은 부모의 형용할 수 없는 슬픔을 뜻하는 말이었으나, 이후에 의미가 확장돼 ‘창자가 끊어질 만큼 처절한’ 모든 종류의 깊은 슬픔을 나타내는 말이 되었다. 배우자를 잃거나,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거나, 부모님 또는 형제자매를 잃거나, 절친한 벗과 헤어진 경우에도 ‘단장의 슬픔’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역시 ‘단장’이라 하면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을 한마디로 대변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벌써 2년이 넘게 흘렀다. 2014년 4월 16일 오전에 일어난 참사는 아마 오랫동안 우리의 뇌리에 남아 있을 것이다. 아무 죄 없이 세월호 안에서 죽어간 그 아이들의 부모와 가족들은 창자가 끊어질 것 같고 하늘이 무너질 것 같은 슬픔과 충격을 여전히 견디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이 사건의 책임은 궁극적으로 누구에게 있는가. 이런 국가적 비상사태를 당했을 경우 그 최고 책임자는 누가 되어야만 하는가. ‘단장’의 고사가 실린 『세설신어』의 편명은 ‘출면’이다. 관직에서 축출당하거나 파면됐던 사건들 중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모아 놓았다는 뜻이다. 부모에게서 자식을 빼앗은 죄를 지었다면, 그리고 그 숫자가 수백에 이른다면 거기에 상응하는 벌은 적어도 ‘출면’ 그 이상의 것이어야 한다.

/강 지 희 (교양기초교육대학 ·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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