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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해외여행은 자유로운가?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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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3.04  13: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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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 규정집의 ‘교원 해외여행 규정’에는 방학 기간에 사적으로 해외여행을 하려는 교원은 신고서를 일주일 전에 제출해 허가를 받아야 하고, 복귀 후에는 일주일 이내에 ‘해외여행 결과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돼 있다. 국민의 기본권을 규정한 헌법 1장 14조와 17조, “모든 국민은 거주, 이전의 자유를 가진다”와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교원의 사적 여행은 비상시에 대비해 여행 계획을 신고하는 것으로 족하지 않은가? 물론 해외여행 계획을 신고하면 거의 예외 없이 허락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왜 학교가 허락하고 말고 할 권리를 갖는단 말인가? 더구나 결과 보고를 해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무슨 권한으로 여행지와 여행 기간, 여행 목적, 그리고 주요 활동 내역 및 출입국 입증 자료를 요구하는가? 학교의 규정이 헌법을 넘어설 수 있단 말인가?

또 이 규정에는 ‘신청 절차 및 결과보고 미이행 시 조치’로 “총장은 교원이 해외여행 신청 또는 결과보고 시 해당 기한과 절차를 준수하지 아니한 경우, 해외여행을 제한하는 등 제반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더 나아가 교원인사팀에서는 해외여행 결과보고서를 제출한 교원이 전체의 41.7%에 그쳐 재단 감사에서 개선을 지적받았다면서, 추후 결과보고서 제출을 전산시스템으로 정비하여 시정할 때 결과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교원은 추가 해외여행 신청을 입력할 수 없도록 하겠다고 올 2월 8일 메일로 통보했다. 왜 결과보고서 제출률이 41.7%밖에 되지 않았겠는가를 생각하지는 않고 제출률 100%를 달성하겠다고 반(反)헌법적 처벌을 예고한다.

방학 중 사적 해외여행의 경우에도 여행 기간이 14일 이상일 경우에만 결과보고서를 제출하게 돼 있다. 14일이 단기와 장기를 나누는 기점처럼 보이지만 도대체 무슨 기준인지 납득할 수 없다. 언필칭 ‘글로벌’을 외치면서 국내여행과 해외여행을 가르는 것도 우습다. 제주도와 일본이 무슨 차이가 있는가? 내가 국내의 어떤 섬에 들어가 모든 연락을 끊고 한 달을 처박혀 있으면 나는 이 규정으로부터 전적으로 자유롭고 안전하다.

헌법과 법률을 들먹이기 이전에 지성의 전당이라 불리는 대학에서 방학 기간 중 개인의 사적인 해외여행을 규제할 수 있다는 말인가? 혹시 교원뿐 아니라 학생들에게도 이와 유사한 규제를 가하는 규정이 있고 실제로 적용되는 것인가?

‘간판이 많은 길은 수상하다’고 했던 어느 시인의 말을 빌려 나는 ‘규정이 많은 대학은 수상하다’고 말하고 싶다. 규정은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질서를 세우는 선에서 최소한에 그쳐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규정은 헌법을 이길 수 없다. 헌법 소원의 대상이 될 뿐 아니라 구성원을 옥죄고 주접 들게 하는 모든 규정을 발본색원해야 한다. 사실 나는 해외로 나갈 일이 없고 이 규정에 걸릴 일도 없다. 하지만 반(反)헌법적인 규정은 나를 숨 막히게 한다.

/김번(영어영문 ·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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