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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옹지마(塞翁之馬), 예측불허의 인생에 대처하는 법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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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3.04  13: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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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고사성어는 ‘변방 늙은이의 말’이라는 뜻을 가진 새옹지마(塞翁之馬)이다. 『회남자(淮南子)』『인간(人間)』편에 나오는 변방 노인의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나는 타인의 행운이나 불행에 함께 기뻐해 주고 위로해 줬던 적이 있는지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은 어떨까.

‘변방 늙은이의 말’이라는 뜻을 지닌 ‘새옹지마(塞翁之馬)’는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흔한 표현이다. “인간사(人間事) 새옹지마야” 하면서 우리는 스스로 불운을 견디는 힘을 얻기도 하고 타인의 불행을 위로하기도 한다. 이 사자성어는 인생의 화복(禍福)은 알 수 없는 일이니 크고 작은 일에 너무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말자는 교훈을 담고 있다고 다들 알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그 원문을 자세히 읽어 보면 생각해 봐야 할 점이 없지 않다. 이 이야기는 『회남자(淮南子)』『인간(人間)』편에 나온다. 내용을 한번 살펴보자.

변방 가까이 사는 사람으로 점술에 뛰어난 자가 있었다. 어느 날 말이 아무 이유 없이 도망쳐서 호(胡) 땅으로 들어갔다. 사람들이 모두 그를 위로했다. 그러자 그 아비가 말했다. “이것이 어찌 갑자기 복이 되지 않겠는가?” 몇 개월이 지나 그 말은 호 땅의 준마를 데리고 돌아왔다. 사람들이 모두 그를 축하했다. 그러자 그 아비가 말했다. “이것이 어찌 갑자기 화가 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 집에는 좋은 말이 많아서 그 아들이 말 타기를 좋아했다. 그 아들이 어느 날 호 땅에서 온 말을 타고 나갔다가 말에서 떨어져 넓적다리가 부러졌다. 사람들이 모두 그것을 위로했다. 그러자 그 아비가 말했다. “이것이 어찌 갑자기 복이 되지 않겠는가?” 일 년이 지나 호 땅 사람들이 대거 변방 지역을 침입해 왔다. 장정들이 활을 쏘며 싸웠는데, 변방에 사는 사람 중에 죽은 자가 열에 아홉이었다. 그러나 그 집 아들만은 절름발이라는 이유로 전쟁에 나가지 않았고 부자(父子)는 목숨을 보전할 수 있었다. 그러므로 복이 화가 되고 화가 복이 되는 것은, 그 변화를 끝까지 알 수 없고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없다. 여기까지가 원문의 내용이다.

이야기에 나오는 새옹, 즉 변방 늙은이에 대해 우리가 간과하는 것이 있다. 그는 보통 늙은이가 아니라 점을 아주 잘 치는 사람이었다는 사실. 어느 날 그 집에서 키우던 말이 갑자기 북쪽의 오랑캐 땅으로 넘어갔다. ‘호(胡)’는 중국의 북쪽 변방 너머에 사는 이민족이다. 나라와 나라 사이의 경계는 사람이 만든 것이어서 짐승인 말이 그것을 지킬 리 만무하다. 집을 나가 무작정 달리다가 우연히 경계선을 넘었던 것이다. 그러자 동네 사람들이 모두 와서 이 노인을 위로해 줬다. 말을 도둑맞은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예나 지금이나 마소는 그 집의 재산 목록 중 상위를 차지하는 항목이다. 말은 지금 가격으로 따져도 적게는 수억, 많게는 10억이 넘는 귀중한 재산이다. 그런 말이 하루아침에 갑자기 없어졌으니 보통 사람이라면 몹시 화가 나고 기가 막힐 일이다.

그런데 노인의 감정 상태를 설명하는 말이 전혀 없다. 위로하는 사람들을 향해 그는 말한다. “이것이 어찌 갑자기 복이 되지 않겠는가?” 다른 말로 하면 “이것이 갑자기 복이 될지도 모르는 일 아니오?”라는 뜻이다. 이 말을 하고 있는 노인의 표정에 큰 변화가 있었을 것 같지 않다. 몇억을 도둑맞고도 이런 말을 하다니.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그는 분명히 점을 쳤을 것이다. 점술에 뛰어난 사람이라고 했으니, 아마도 하루를 시작하면서 운세를 점치는 것이 그의 첫 일과였을지도 모르겠다. 말이 사라진 것은 분명 ‘화(禍)’라고 하겠는데, 이상하게도 그날 아침 점괘는 나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노인은 태연할 수 있었다. 당장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이 사건이 그저 나쁜 일로만 끝나지는 않으리라는 것을 그는 짐작했다.

그의 예견은 틀리지 않았다. 집을 나가 북쪽으로 넘어갔던 말이 친구를 사귀어서 돌아온 것이다. 이 얼마나 기쁜 일인가! 하루아침에 몇억의 재산이 거저 생긴 셈이다. 갑작스러운 행운에 사람들은 또다시 몰려와 축하를 건넨다. “한 턱 쏘세요!” 했을지도. 그런데 이번에도 노인은 표정에 변화가 없다. “이것이 도리어 화가 될 수도 있는 것 아니겠소?” 물론 그날 아침에도 노인은 점을 쳤으리라. 점괘가 별로 좋지 않게 나왔는데 도망갔던 말이 돌아왔다. 게다가 오랑캐 땅의 말까지 데리고 함께 왔다. 노인은 마냥 좋아할 수가 없었다. 호마(胡馬)를 얻은 것은 행운이기도 하지만 뜻하지 않던 변수이기도 하니까.

그의 불길한 예감은 현실이 되었다. 이 집에는 좋은 말이 많아 아들이 평소에도 말타기를 즐겼다. 집이 상당히 부유했던 모양이다. 집에 차가 여러 대 있으면, 용도에 따라 기분에 따라 이런저런 차들을 번갈아 타듯이, 그 집 아들의 취미는 이 말 저 말 번갈아 타며 들판을 달리는 것이었다. 마침 새 말이 들어왔으니 길들이기도 할 겸 끌고 나갔으리라. 그런데 사고가 났다. 덜 길들여진 말이었는지 아들은 그만 낙마하고 말았다. 다리 한쪽이 부러졌다. 의술이 발달한 시대도 아니었으니 그는 평생을 불구로 살아야 한다. 멀쩡했던 아들이 하루아침에 불구가 됐다. 보통 사람 같으면 통곡할 일이다. 위로가 필요한 순간인데도 노인의 표정은 변화가 없다. “이것이 또 복이 될지 모르는 일 아니오?”

일 년 뒤 전쟁이 났다. 변방 사람의 9할이 사망할 정도로 치열한 전쟁이었다. 다행히도 노인은 나이가 많아서, 그 아들은 불구라는 이유로 전쟁에 나가지 않았다. 위험천만한 상황에서 이 부자는 운 좋게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질문이 생긴다. 닥쳐오는 행운과 불행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점치는 법을 배우시죠!” 이게 정답은 아닐 것이다. 학부 시절, ‘유학(儒學)’ 과목을 가르치셨던 호호백발의 노사(老師)가 떠오른다. 엄격하고 까다로운 분이셨는데, 어느 날 점치는 일에 대해 말씀해 주셨다. “여러분, 『주역(周易)』이라는 책을 알지요? 저도 『주역』을 배우고 나서 점을 쳐봤어요. 신기하게도 맞더구먼. 그래서 매일 쳤지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 치지 않았어요. 칠 필요가 없었던 거야. 점괘가 잘 나오는 날은 기분이 좋아. 그래서 방심을 하게 돼. 꼭 그날 하루가 다 좋진 않았어요. 또 점괘가 잘 나오지 않은 날은 괜히 더 조심하게 돼. 그러다 보니 아무 일 없이 지나가는 날도 있어요.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더 이상 점을 칠 필요가 없어졌어요. 그냥 하루하루 조심하면서 살면 돼.” 그 말씀이 지금도 생생하다.

우리가 변방 노인의 경지까지 이르려면 상당한 연습과 세월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런 결심은 할 수 있다. 예상치 못한 사고가 생겼을 때 “아…힘들다. 그래도 살아봐야지. 조금만 견디자” 하면서 마음을 추스르고, 뜻하지 않은 행운이 닥쳐와도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 조심해야지” 하며 자만하지 않는 그 정도. 행운 앞에서 흥분을 가라앉히는 일은 오히려 쉽다. 불행한 일을 겪은 후 고통의 터널에서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일이 정말 어렵다. 아들이 낙마해 혹 죽었다면 노인은 어떻게 말했을까.

그런 면에서 노인에게 위로를 건넨 동네 사람들을 주목한다. 인지상정을 가진 보통의 사람들. 우리도 대체로는 이 사람들과 비슷한 이성과 감정이 있다. 크고 작은 일에 일희일비하는 범인(凡人)일 뿐이라고 그들을 폄하하기 보다는, 타인의 행ㆍ불행에 기뻐해 주고 위로해 줬던 따뜻한 심성의 소유자들이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강 지 희 ( 교양기초교육대 · 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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