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엉뚱하지만 새 학기가 시작되는 이 계절이면 내 머리 속을 종종 맴도는 어귀가 있다. ‘I do~’다. 단 한번이 아니라 네다섯 번 머릿속을 스르륵 스친다. 매우 익숙한 느낌이 들어 ‘어디서 들었나’를 생각해보니 ABBA라는 스웨덴 4인조 그룹의 노래 제목이자 노래 속에서 반복되는 가사다.

세계적인 호응을 얻은 ABBA 그룹의 활동 시기가 1972년부터 1982년까지고 이 곡이 발표된 해가 1975년이었으니 이 시기 한창 감수성이 많은 10대와 20대를 보낸 나에겐 자연스런 일이겠다. 뿐만 아니다. 그룹이 해체된 후 ABBA 멤버 중 일부가 자신들의 노래를 엮어 만든 로맨스 코미디 뮤지컬 ‘맘마미아’가 1999년 영국에서의 초연 이래 엄청난 인기를 얻자 만들어진 한국판을 관람하고 우연히 같은 내용의 영화도 보게 됐으니 흥얼거림이 자연스럽지 않을 수 없다.

그런저런 이유로 ABBA의 노랫말 한 두 구절이 입가를 맴돌 만 하지만 왜 하필 새 학년이 시작하는 이 맘 때쯤이면 유독 ‘I do~ I do~ I do~ I do~ I do~’가 자주 떠오를까?

그 이유는 아마도 몇 년 전부터 특히 신입생들에게 자주하는 ‘공부하지 말라’는 이야기와 맞물려 있는 듯하다. 재학생들과 함께 하는 개강 총회 등에서도 가끔 하는 이 이야기는 제발 고등학교까지 했던 방식의 공부를 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그런 이야기를 어떤 방식의 공부를 하지 말라고 이야기하면 여전히 공부라는 단어가 머리에 남을 것 같아 공부 자체를 부정하는 표현을 썼다. 학생들은 으레 자신의 미래를 위해 뭔가 노력을 시작할 때면 책과 공책을 꺼내들고 ‘(받아)적자 생존’을 위해 의자에 엉덩이 붙이기를 한다. 그러나 이런 식의 공부로는 자신이 배운 ‘과거’의 지식을 ‘미래’의 현장에 창의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없다. 특히나 최근 큰 화제가 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시대의 핵심 역량으로 꼽히는 ‘융합’ 능력은 아예 꿈조차 꿀 수 없는 상황이 된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공부하지 말고 무엇인가를 해보라고, 무엇인가를 일단 저질러보라’고 권하고 있다. 그런 과정에서 궁금함이 생길 때 문제해결을 위한 힌트를 찾기 위해 ‘과거’의 지식을 찾아보는 공부를 해보라 권하고 있다.

ABBA의 노랫말 가운데 ‘I do~ I do~ I do~ I do~ I do~’는 뭘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사랑한다는 의미다. 오래전부터 꿈꿔왔던 너를 마침내 발견하고 사랑하니 같이 한번 잘 해보자는 내용의 가사에 나오는 ‘I love you’를 받아 정말 그렇다고 강조하는 구절이다.

이런 노랫말의 긍정적인 분위기와 함께 세상을 향해 일단 뭔가 저질러봄이 어떠한가 하고 학생들에게 자꾸 제안하고 싶은 마음이 이 봄에 또 나로 하여금 ‘I do~ I do~ I do~ I do~ I do~’를 흥얼거리게 하는지 모르겠다.

/정연구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