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열린 전학대회에서 학생회칙 개정에 관한 안건이 나왔다.

학칙 개정의 주요 골자는 예결산이다. 예결산위원회를 학칙에 명문화해 정식 학생자치기구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줬다. 항상 논란이 돼왔던 자율비도 폐지 후 학생회유지비로 변경해 예결산 관련 중대 변화를 예고했다.

예결산위원회가 그동안 학칙에 자치기구로 명시돼있지 않았다는 점은 매우 놀라운 일이다. 사실 예결산 심의를 한다는 것 자체는 힘든 일이다. 학생회의 지출 내용을 일일이 취합 하는것도, 심의 과정에서 학생회 측과의 갈등도 가볍게 볼 수 없는 문제다. 하지만 예결산 심의라는 역할이 학생회의 투명한 예산 사용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고, 필수적이다.

지난 학기, 특정 학과에서 예결산위원회의 심의를 거부했던 사건이 있었다. 심의를 거부한 학생회 측은 ‘예결산위원회가 각 학과에서 사용한 예산 내역을 열람ㆍ심의할 권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예결산위원회가 전학대회를 통해 의결을 거쳐 구성되는 기구지만, 학생회칙 상에서 예결산위원회라는 기구를 찾을 수 없었던 것이 현실이다. 학칙 안에 예결산위원회의 역할인 회계감사 여부가 명시돼있지만 이는 모두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의 이름으로 구성돼 있다.

물론 예결산위원회라는 기구의 존재와 그 역할에 대해 왈가왈부하자는 것은 아니다. 우리 모두 예산의 올바른 사용과 투명한 사용 내용 공개를 원할 뿐 아니라 실제로 그렇게 운영돼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예결산위원회의 명문화라는 학칙개정은 매우 고무적이다.

명문화된 학칙의 내용은 이렇다. ‘본회의 예ㆍ결산에 대한 제반 업무를 관리하기 위하여 예ㆍ결산위원회를 둔다’고 명시됐다. 앞서 말했듯, 예결산 심의라는 막중한 책임과 권한을 부여받은 기구가 이제야 학칙에 명문화됐다는 점이 당황스럽지만, 그와 동시에 다행스럽다.

예결산위원회가 정식 자치기구로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것은 불과 지난 학기 경영학과 전임 학회장의 횡령사건이 벌어진 우리 대학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공금의 사용은 합법적으로,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 예결산위원회의 명문화가 우리 대학에 더 투명한 예산 사용을 유도할 것이라 믿는다.

허나 여기서 만족하기엔 이르다. 비록 정식 기구로의 출발이 예결산 심의에 힘을 실어줄 것은 분명하지만 예산 사용에 대한 명확한 규정 확립도 뒤따라와야 할 것이다. 예결산위원장은 주점 수익금의 정확한 집계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기타 수익금에서 제외한다고 설명했다. 학생회 임원들이 축제 기간 중 주점을 운영해 벌어들인 수익인 만큼 어느정도의 자율적 사용은 인정하지만, 집계 자체를 하지 않는 건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수익금을 정확히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은 다시 말하면 얼마든지 불법적 유용도 가능하다는 소리처럼 들린다. 학생 자치기구 임원에 대한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지금이야말로 더 명확한 규정 수립이 필요한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예결산위원장은 학칙을 개정해 예결산 기준을 명확히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예결산위원회의 명문화는 그 일환일 것이다. 예결산 심의의 중요도만큼 심의에는 어려움도 많다. 예결산위원회만의 힘으로는 역부족이다. 심의 대상인 학생 자치기구의 도움은 물론 대학본부의 지원도 필요하다. 예산 사용이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점은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이를 위한 대학 구성원의 심도 있는 논의가 지속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