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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인성호(三人成虎), 거짓소문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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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3.25  09: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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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고사성어는 ‘세 사람만 있으면 없는 호랑이도 만들어낸다’는 뜻을 가진 ‘삼인성호(三人成虎)’이다. 『전국책(戰國策)』 「위책(魏策)」에 실려 있는 원문을 소개하고 있는데, 위나라 임금인 혜왕(惠王)과 그의 신하 방총(龐葱)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최근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가짜뉴스나 거짓 소문을 판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할지 생각해보자.

 

요즘 ‘가짜뉴스’라는 말이 종종 들려온다. 사람의 귀와 입을 통해서 빠르게 확산되는 소문은, 한번 퍼지기 시작하면 그 진위 여부에 상관없이 누군가를 곤란한 처지에 빠트리거나 심지어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경우도 있다. 지금은 사회 관계망 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가 발달해서 이런 잘못된 소문, 가짜 뉴스의 폐해가 더욱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 ‘삼인성호(三人成虎)’는 ‘세 사람만 있으면 없는 호랑이도 만들어낸다’는 뜻으로, 이러한 소문의 확대 재생산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말이다. 『전국책(戰國策)』「위책(魏策)」에 나오는 원문을 읽어보자.

방총(龐葱)이 태자(太子)와 조(趙)나라의 수도 한단(邯鄲)에 인질로 가게 됐다. 그는 위나라 임금인 혜왕(惠王)에게 말했다. “지금 어떤 사람이 저자(‘시장’의 옛말)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한다면, 왕께서는 그것을 믿으시겠습니까?” 왕이 말했다. “못 믿겠소.” “두 사람이 저자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하면 왕께서는 믿으시겠습니까?” 왕이 말했다. “과인(寡人)은 그것을 의심하겠지요.” “세 사람이 저자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하면 왕께서는 그것을 믿으시겠습니까?” 왕이 말했다. “과인은 그것을 믿을 거요.”

그러자 방총이 말했다. “대체로 시장에는 호랑이가 없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런데도 세 사람이 있다고 말을 하면 없는 호랑이가 만들어집니다. 지금 조나라 수도인 한단에서 위나라 수도인 대량(大梁)까지는 그 거리가 시장보다도 훨씬 멉니다. 그리고 저에 대해 헐뜯는 자들은 세 명이 넘습니다. 왕께서는 잘 살펴주시길 바랍니다.” 왕이 말했다. “과인이 잘 알아두도록 하겠소.” 이에 하직인사를 올리고 떠났는데 방총이 한단에 도착하기도 전에 참소(讒訴)하는 말이 먼저 이르렀다. 훗날 태자가 인질에서 풀려 위나라로 돌아왔는데 방총은 그가 예상했던 대로 과연 왕을 뵐 수가 없었다.

방총의 이 이야기는 『전국책』 이외에도 『한비자(韓非子)』, 『신서(新序)』 등에 대동소이하게 실려 있다. 이야기를 좀 더 면밀하게 살펴보자.

전국(戰國) 시대에는 전쟁을 지양하고 평화를 약속하는 차원에서 국가 간에 인질을 교환하는 일이 있었다. 그리고 인질로 가는 사람은 아무래도 정치적 중요도가 높은 인물이어야 했기 때문에, 제후의 아들인 태자가 인질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태자를 홀로 보낼 수는 없으니 반드시 수행원을 딸려 보냈을 것이고, 그 수행원은 분명 임금이 깊이 신뢰하는 신하였을 것이다. 혜왕에게 방총은 그런 존재였으리라 짐작된다.
호랑이는 고양이과에 속하는 야생동물이다. 주로 독립된 생활을 하며 깊은 산속 또는 덤불이 우거진 산림에 서식하고, 산에 사는 짐승들이 그의 먹잇감이다. 그런 호랑이가 저잣거리에 나타날 리가 있을까. 전래동화 속의 호랑이에 익숙해져서 ‘그럴 수도 있지 않나?’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사실 천지개벽 수준의 사건이다. 깊은 산속에서 홀로 지내는 걸 좋아하는 호랑이가 사람으로 차고 넘치는 저잣거리에 가지 않으리라는 것은 보통의 상식이다. 그러니 누군가가 저잣거리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임금에게 보고를 한다면 그것은 거의 100% 거짓말에 가까운 것이다. 한 사람만 그렇게 말했다면 임금은 믿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두 사람이 똑같은 말을 하면 “그래? 그럴 리가…” 하면서도 반신반의하게 되고, 세 사람이 똑같은 말을 하게 될 때는 믿을 거라고 했다. 너무나 뻔한 거짓말인데도 여러 사람이 떠들어대면 그 말에 신빙성이 생기는 것이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 하는 속담에 의지해서 사람들은 잘못된 정보임에도 믿음을 갖고 접근하게 된다.

방총은 자신이 위나라를 떠나 조나라로 가게 되면 평소에 그를 시기 질투하던 수많은 사람들이 가만히 있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았다. 분명 자신에 대한 무고(誣告)가 혜왕의 귀에 끊임없이 들어갈 테고, 혜왕도 그 거짓말들에 흔들리지 않을 수 없으리라고 예상했다. 혜왕은 방총의 이야기를 듣고 특별히 유념해야겠다고 스스로 다짐까지 한다. 그러나 안 보이면 멀어지는 것이 인지상정이던가. 방총이 조나라 수도 한단에 도착하기도 전에 그를 음해하는 말들이 먼저 들려왔다. 그가 조나라에 가 있는 사이 수많은 사람들이 혜왕의 곁에서 그에 대한 거짓 정보를 흘렸으리라. 방총의 예상대로 그는 훗날 태자와 함께 위나라로 돌아오긴 했으나 끝내 왕을 뵙지는 못했다. 혜왕의 마음속에서 방총은 이미 요주의 인물로 낙인찍혔던 것이다.
비슷한 이야기로 ‘증삼살인(曾參殺人)’의 고사가 있다. 『전국책』 「진책(秦策)」에 나오는 이야기인데, 진(秦)나라 무왕(武王)과 좌승상이었던 감무(甘茂)의 대화 속에 등장한다. 감무는 자신이 한(韓)나라 의양(宜陽) 땅을 공격하러 간 사이 자신에 대한 비방이 무왕의 귀에 들어갈 것을 걱정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옛날 증자(曾子)가 비읍(費邑)에 살 때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증자와 같은 이름을 가진 어떤 사람이 살인을 했습니다. 그것을 증자인 줄 잘못 알고 어떤 사람이 증자 어머니에게 ‘증삼(曾參)이 사람을 죽였다’고 알려왔습니다. 그러자 그 어머니는 ‘내 아들은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고 하면서 태연히 베틀에서 베를 짰습니다. 조금 후 어떤 사람이 또 와서 ‘증삼이 사람을 죽였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어머니는 여전히 태연자약하게 베를 짰습니다. 조금 후 또 어떤 사람이 와서 ‘증삼이 사람을 죽였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그의 어머니는 베틀 북을 내던지고 담을 넘어 달아났습니다.

무릇 증삼이 그렇게 훌륭하고 그의 어머니가 그 아들을 그토록 굳게 믿었어도, 세 사람이 같은 말을 할 때는 그 인자한 어머니로서도 능히 그 아들을 믿을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저는 그 증자만큼 어질지 못할뿐더러 왕께서 저를 믿는 것도 그 어머니만큼 굳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저를 의심하게 하는 자가 세 사람에 그치는 것도 아니니 임금께서 저를 위해 그 북을 내던질까 두렵습니다.”

어질고 효성이 지극하기로 이름난 증삼과 그를 누구보다도 신뢰하는 어머니였다. 그런데 증삼이 살인을 했다는 헛소문이 돌고, 세 사람이 증삼의 어머니에게 그것을 고하자 그녀도 덜컥 겁이 나서 베를 짜다 말고 담을 넘어 도망쳤다는 것이다. 다행히 진 무왕은 위 혜왕과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았다. 감무는 의양 땅을 공격했지만 5개월이 되도록 정복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나라와 친분이 있었던 저리질(樗里疾)과 공손연(公孫衍) 두 신하는 이 틈을 타서 왕에게 감무를 비방했다. 이에 무왕은 감무를 소환해 책임을 묻고자 했다. 감무는 전날 얘기했던 증삼의 고사를 상기시켰고, 왕도 그것을 기억했다. 덕분에 감무는 더 많은 군사를 얻어 의양 땅을 함락시킬 수 있었다.

거짓소문, 가짜뉴스를 어떻게 판별할 것인가? 우선 소문의 진원지가 어디인지 파악해야 하고, 소문의 주인공보다 그 진원지를 더 신뢰할 수 있는가 따져봐야 한다. 그리고 소문을 만들어낸 자와 소문의 주인공 사이의 이해관계가 어떠한지도 살펴봐야 한다. 개인적 차원이라면 일일이 불러다 대질심문이라도 하겠지만, 내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소문과 뉴스라면 그 진위를 밝히는 일이 어려울 수도 있다. 우리 모두가 ‘판관 포청천’이 돼야 하나. 포청천까지는 아니더라도 분별력 있는 개인, 현명한 시민이 되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는 수밖에.

/강지희(한림대 기초교육대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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