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안의 꽃들이 때를 기다렸다는 듯 활짝 폈다. 봄의 시작을 알렸던 벚꽃은 어느덧 지고, 형형색색의 꽃들과 푸른 잎을 가진 나무들이 빈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사람들의 옷차림도 눈에 띄게 가벼워졌다. 살랑살랑 부는 따뜻한 바람이 완연한 봄임을 알린다.

하지만 꽃을 보는 것만으로, 봄바람을 맞는 것만으로도 괴로운 사람들이 있다. 아름다운 봄날의 불청객 ‘꽃가루 알레르기’가 그것이다. 겪는 사람은 너무도 고통스러운 ‘꽃가루 알레르기’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꽃가루 알레르기란?

꽃가루 알레르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알레르기’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한다. 알레르기란 특정한 물질에 노출돼 신체 내에서 항원항체 반응이 일어나 과민반응하게 되는 현상이다. 다시 말해, 우리 몸의 면역 세포들이 몸에 해롭지 않은 외부 물질까지 해로운 것으로 인식해 이를 제거하고자 염증을 일으키는 것이다.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원인 물질은 집먼지진드기, 꽃가루, 동물의 털, 곰팡이 등 다양한데 그중 꽃가루가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이 바로 ‘꽃가루 알레르기’다.

원인은 무엇인가?

흔히 꽃가루 알레르기라고 하면 꽃에서 날리는 가루가 주원인일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대표적인 봄꽃인 개나리, 진달래, 벚꽃 등은 알레르기를 거의 일으키지 않는다고 한다. 꽃가루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원인은 대부분 나무에서 발생하는 꽃가루인데 오리나무, 소나무, 자작나무, 참나무 등이 있다.

특히, 가장 큰 원인은 참나무 꽃가루로 봄철 꽃가루 알레르기 원인의 70%를 참나무가 차지한다. 꽃가루 발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기온인데 참나무 꽃가루는 보통 1월 이후 누적된 하루평균 기온이 450도일 때부터 발생해 690도에 도달할 때까지 배출된다.

한양대 의대 소아청소년과 오재원 교수는 “아침 6시부터 10시까지의 4시간 동안 배출량이 가장 많으므로 아침 산책이나 환풍을 하는 행동은 삼가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눈이 따갑고, 기침이 나요

꽃가루 알레르기의 대표적인 증상에는 알레르기성 비염, 결막염, 피부염, 천식 등이 있다. 콧물이 줄줄 흐르고 재채기가 계속된다면 알레르기성 비염을 의심해봐야 한다. 또 눈이 가렵고 눈곱이 자주 끼고 쉽게 충혈된다면 알레르기성 결막염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알레르기성 결막염 환자는 꽃가루가 많이 날리는 3월부터 증가해 5월까지 집중된다.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안과 노창래 교수는 “결막염을 내버려 두게 되면 시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각막에 각막궤양이 발생하고, 각막 신생혈관까지 유도해 시력저하의 큰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꽃가루 알레르기의 기침과 재채기 등 증상은 감기와 비슷해 옳은 진단으로 원인에 맞는 치료를 해야 한다. 알레르기성 증상을 단순 감기라고 착각해 방치하면 편도염ㆍ후두염ㆍ축농증 등으로 병이 심화될 수 있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이비인후과 김태훈 교수는 “재채기나 콧물, 코막힘 등의 증상이 지속되면서 감기에서 나타나는 발열이나 근육통을 동반하지 않는다면 알레르기성 비염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꽃가루 알레르기 판단 방법은

자신이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알레르기의 증상, 가족력, 환경 등을 파악한 후 증상이 나타나는 시기와 꽃의 개화 시기를 비교해야 한다.

꽃가루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원인 물질을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알레르기 피부시험을 실시하는데 시행 후 15~20분 후에 부푸는 정도와 염증의 크기로 원인 물질을 찾아낸다.

정확히 알고 예방하자

꽃가루 알레르기를 예방하기 위한 몇 가지 방법이 있다.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어려운 방법이 원인 물질인 꽃가루를 최대한 피하는 것이다. 꽃가루가 날릴 때는 집 안으로 들어올 수 있으므로 문이나 창문을 닫아주고 환기를 할 땐 공기청정기를 사용해야 한다. 집안에 꽃가루가 남아있지 않도록 자주 청소하는 것도 좋다.

꽃가루가 날리는 시기엔 되도록 외출을 자제하는 것이 좋지만, 외출을 해야 할 경우에는 마스크를 착용해 꽃가루가 체내로 들어오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또 꽃가루가 많이 날리는 날에 렌즈를 착용하면 각막에 상처가 나기 쉬워 안경을 쓰도록 한다.

외출 후에는 집에 들어오기 전 옷에 붙은 꽃가루를 털어주고 바로 세탁해 몸에 닿지 않게 해야 한다. 코에 들어간 꽃가루는 생리 식염수로 씻어 제거할 수 있다.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났다면 원인을 확인하고 곧바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알레르기성 결막염이라면 병원에서 안약을 처방받고, 알레르기성 비염은 의사의 지시에 따라 약을 먹어야 한다.

흩날리는 꽃가루로 봄이 고통스러운 사람이라면 위의 예방법들을 참고해 보는 건 어떨까. 자신의 증상을 더욱 잘 파악하는 것이 봄을 아름답게 즐기는 방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