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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 거버넌스’로 보는 계란 살충제 파동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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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8.26  16:5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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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달갈에 뿌린 살충제가 온 국민을 불안케 한다. 불과 2년 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이 전국적인 파장을 일으키며 사회, 경제와 정치 전반에 갖가지 형태의 불안 감염 증후군을 몰고 왔던 기억의 앙금이 채 안 가셨는데 말이다. 이처럼 불시로 출현하는 위기 상황들은 율리히 벡이 제시한 ‘위험사회’의 의미를 실감케 한다.

물론 위험사회는 단순히 ‘위험’이 잦은 사회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보다, 대량생산을 근간으로 한 현대사회가 그 현대성의 필연적 부산물로 양산해내는 것이 ‘위험’이고 따라서 위험사회에서는 위험의 생산도, 위험에 대한 대응도 사회를 구성하는 한 시스템으로 자리를 잡게 되는 현상에 주목한 개념이다. ‘위험사회’의 이 개념적 특징은 위험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하나의 과제를 던진다. 이번 계란 살충제 파동은 그 과제 수행의 중요성을 다시금 강조하고 있기도 하다.

그 과제란 바로 위험 대응의 체계화의 의미와 직결되는 것이다. 위험 대응이 사회를 구성하는 한 시스템으로 자리 잡는다는 의미는 사회가 그 기능을 필요로 하게 됐음을 의미하지만 그렇다고 그 기능이 체계적으로 잘 수행이 됨을 자동적으로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교육이 사회의 중추 기능이라 해서 한 사회에 늘 양질의 교육서비스가 제공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위험 사회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이런 ‘복원’의 성격보다, 이제 갓 사회 중추기능의 영역으로 진입한 주제에 대해 양질의 내용성을 담보할 잘 짜여진 체계를 구축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이번 계란 살충제 파동의 많은 대목들이 위험 거버넌스와 관련해 우리 사회가 풀어가야 할 과제를 암시하고 있다. 위험 거버넌스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알려진 위험 소통이 그 한 예이다. 당국은 살충제 계란 공급 농가를 발표하면서 계란에 찍힌 난각코드 ‘08LNB’를 ‘08NMB’로 잘못 발표하며 해당 농가의 “피눈물”을 초래했다. 이는 메르스 사태 때 감염 환자가 거쳐간 병원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명단에 오류가 발생한 경우와 비슷하다. “급하게 준비하는 과정에서 생긴 실수”라는 해명도 메르스 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바 없다. 이는 위험 발생은 일상화하는데 위험 대응은 체계화, 조직화 되지 못하고 부실한 대응의 해명만 일상화하는 것과 다를게 없다. 발표 자료의 오류를 잡아내고 정확성을 실무적으로 책임지는 전담 인력의 확충 말고는 대안을 찾기 힘들 것이다. 이 밖에도 살충제 검출 계란이 위험하지 않다는 당국 발표와 곧 이은 환경보건 전문가 그룹의 이견 발표, 이른바 ‘농피아’ 논란으로 이어진 친환경 인증제도의 문제점, 옴짝달싹 못하는 닭장의 사육 환경 실태 등 다양한 주제의 건강 위험 거버넌스상의 문제점들이 노출되었다. 위기 상황에서는 특히 비판에 경도된 주장이 난무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이제는 단순한 비판 보다 문제 해결 중심의 접근법이 당국, 언론, 전문가, 시민사회 모두에 요구되고 있다.

/ 주영기(언론방송융합미디어 ·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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