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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사이 비합리적 위계질서 학생 모두의 반성과 개선이 답이다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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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9.02  14:5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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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전, 우리 대학 학생들의 커뮤니티 ‘한림대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에 글 하나가 게재됐다. 학생생활관에 짐을 넣어둔 1학년 학생이 룸메이트인 3학년 선배로부터 ‘네 짐을 다른 자리로 옮겼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1학년 학생이 캡처해서 올린 문자메시지 속 선배의 말은 대충 이러했다. ‘직접 입사하지 않고 부모님이 짐만 두고 갔기에 네 짐은 다른 자리에 옮겨두고 내가 그 자리를 쓰겠다, 선배가 좋은 자리를 쓰는 게 관행이다, 불편하면 사감에게 얘기해 방을 옮겨라.’ 방점은 여기서 찍혔다. ‘짐 옮긴 게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으면 네가 3학년 하지 그러셨어요.’ 1학년일 뿐인 피해 학생은 ‘원래 이런 것이냐’며 소심한 토로를 할 뿐이었다.

위계질서를 마냥 나쁘다고 할 수 없다. 어느 사회든지 효율적인 일처리와 평온 유지를 위해 수직적 질서를 정해두고 그에 따라 다른 권위를 부여한다. 수직적 문화가 거의 없다고 일컫는 미국에도 사실 위계와 권위가 존재한다. 제아무리 탈권위를 지향하는 시대라 하지만 모든 사회, 모든 관계에서 상하질서를 없앨 수 없는 노릇이다. 권위 없는 부모, 권위 없는 교사가 또 다른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현상만 봐도 무조건적인 권위 타파는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서열, 나이, 성별 등을 앞세운 비합리적 질서를 ‘질서’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룸메이트에게 ‘내가 선배고 선배가 좋은 자리를 쓰는 것은 당연하므로, 네 짐을 내가 뺐다’고 말하는 것이 질서인가? 문제의 3학년 학생이 대체 어떤 근거로 자신의 룸메이트에게 권위를 내세웠는지 당최 납득하기 어렵다. 선배(先輩)는 말 그대로 조금 ‘앞선’ 사람이지 우위에 있는 존재가 아니다. 이번 사건은 지성인을 배양하는 대학에서 일어난 일이라 하기엔 부끄럽기 짝이 없는 수준이다. 그 시대에 가장 역동적이고 정의로워야 할 청년들이 시쳇말로 ‘꼰대’ 문화를 답습해서야 되겠는가? 문제를 제기하는 후배에게 ‘그러면 네가 3학년 하라’며 비꼬는 행태는 더없이 유치하다.

이 일이 우리 대학 전체 학생들의 의식수준을 반영한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당혹스럽게도 해당 글이 게시되자 많은 학생들이 너도나도 비슷한 경험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선배에게 좋은 침대, 좋은 책상을 양보해야 한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 만연하며, 그것을 권리로 생각하는 누군가는 당당히 ‘내 자리’를 요구하며 살았던 것이다. 이에 대해 그동안 누구 하나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다는 것도 개탄스럽다. 혹, 저학년일 때 당하는 것을 감내해 고학년이 되면 자연스럽게 안락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게 된다는 타성이 학생들의 입을 막은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대학 내 가혹한 음주 문화, 군기 문화가 미디어를 통해 흘러나온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그에 대해 누구나 문제의식을 느낀다. 마찬가지로 이번 사건에 대해서 우리 대학 학생들이 문제의식을 느꼈으면 한다. 편안한 침대 자리 하나 썼다고 나쁜 선배라 하지는 않는다. 그 침대를 차지하기 위해 타인을, 게다가 후배를 대하는 태도는 지탄받아 마땅하다. ‘그럴 수도 있다’거나 ‘별 일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길 바란다.

이 일을 계기로 대학 구성원 모두가 우리 대학 내 존재하는 일명 ‘꼰대 문화’, ‘위계 문화’를 되돌아봤으면 한다. 학생들에게만 이 문제를 맡겨두고 갈무리해서도 안 될 것이다. 대학 본부와 총학생회, 학생생활관 차원의 의식 점검ㆍ개선 프로그램이 시작되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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