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yrightⓒ. All rights reserved」 어디선가 자주 보던 문구이다. 인터넷을 이용하다 보면 대부분 정보회사들의 소프트웨어나 콘텐츠를 제공하는 웹사이트 아래에는 이러한 문구가 적혀있다. 이는 저작권(copyright)에 대한 자사의 권리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이 생긴 이후 우리는 많은 정보들을 접할 수 있게 됐으나 시간이 흐르자 ‘저작권’을 둘러싼 논란이 생기기 시작했다. 한동안 떠들썩했던 소리바다 논쟁이나 최근의 서태지 이재수 논란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저작권 논쟁이 많아지고 저작권에 대한 논의가 깊어짐에 반해 ‘이른바 디지털 시대로 변모하면서 워드프로세서인 한글, 여러 가지 음악과 소프트웨어 등이 쉽게 복제 가능하게 된 지금 기존의 저작권 개념, 법규를 적용할 수 있겠는갗라는 의문을 제기하는 입장이 나타났다. 그래서 시작된 것이 바로 카피레프트 운동이다.

  카피레프트(copyleft)는 지적재산권을 뜻하는 카피라이트에서 ‘라이트(right : 권리, 오른쪽)’를 떼고 ‘레프트(left : 내버려둔다, 방치한다, 왼쪽)’를 붙여 만든 신조어이다. 이는 지난 83년 MIT연구원이며 프로그래머이자 해커였던 미국의 리처드 스톨만에 의해 시작됐다. 그는 저작권이 생겨나면서 프로그래머들 사이에 자유롭게 프로그램 소스를 공유하던 문화가 사라지는 현실에 분개하고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만들기 위해 자유소프트웨어 재단을 설립했다. 처음 시작한 것이 프로그램 소프트웨어의 개발방법과 내용을 공개하고 무료로 배급하자는 ‘GNU(Gnu’s Not Unix)운동’이다. 리눅스 등의 공개프로그램이 이 GNU 운동의 대표적인 결과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시작된 카피레프트는 좀 더 확장된 의미로 소프트웨어에서 GNU로 시작된 정보공유운동을 모든 지적재산권으로 넓히자는 것이다.

  그러나 지적재산권은 종종 저작권자 개인이 아닌 문화산업 관련 기업의 독점을 보장하는 구실이 되기도 한다. 더 나아가면 기업의 독점권이 소프트웨어의 건전한 사용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MS-DOS와 WINDOWS로 엄청난 부를 거머쥔 마이크로소프트가 이제는 인터넷과 하드웨어 업계에까지 독점권을 행사하고자 하는 경우가 바로 그것이다. 국내에서는 정보공유운동 단체인 SING이 94년 처음으로 카피레프트를 본격적으로 거론했다. 아직은 실현성 여부에 대해 의심스러워하는 축이 많지만 인터넷에서는 카피레프트를 붙인 저작물들을 적잖게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진보정보운동을 펴고 있는 ‘진보넷’은 「Jinbo.Net No CopyRight, Just CopyLeft」, 시사 패러디 사이트인 ‘딴지일보’는 「Copyleft(c) 2000 The NetsPaper DDanzi Group」라는 문구가 「Copyright by∼」대신 자리를 잡고 있다.

  하지만 사이버 스페이스에서 정보를 공개적으로 훔치고 보급하고 확산시키는 크래커와 같은 경우 정보공유를 주장한다는 점에서는 카피레프트와 비슷하지만 불법복제를 한다는 점에서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검색엔진을 무료로 배포하고 있는 MS의 「익스플로러」나 넷스케이프사의 「모질라 4.0」 등의 프로그램도 소스코드를 공개했지만 수정을 금지한다는 점에서는 다르다. 정보 공유와 정보 도둑질은 구별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정보 공유를 확대 해석해 불법 복제를 정당화시키는 경우가 있어 카피레프트에 대한 새로운 개념 정의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 카피레프트는 상업적 독점에는 반대하지만 창작에 대한 저작자의 권리를 완전히 부인하지는 않는다. 사용자들이 카피레프트된 소프트웨어에 대해 먼저 저작권 설정을 한다면 자유롭게 복사할 수 있고 자신의 용도에 맞게 수정하거나 기능을 향상시켜 다시 배포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하나의 상품을 만들어 내는데 투자한 노력이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소비자들은 적당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카피레프트 운동이 저항하고자 하는 것은 정보의 독점을 통한 과도한 부의 구축이기 때문이다.

/ 고진선 기자 dimple63@h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