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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토대, 삼국의 흥망성쇠를 거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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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9.23  14: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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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학사, 대부들이 중국의 오경(五經), 제자(諸子)의 책과 중국의 역사서에 대해서는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으나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서는 망연무지(茫然無知)하다.”

김부식은 이렇게 우리나라 학자들이 중국의 역사와 경전에 함몰되어 있을 때 자국의 역사에 대한 이해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김부식이 송나라 사신으로 갔다가 사마광(司馬光)이 편찬한 <자치통감(資治通鑑)> 이라는 역사서를 얻어 왔는데, 여기서 그에게 역사란 현재와 미래에 정치적 교훈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교훈을 심어 주어 지대한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고려의 지식인들이 송나라 학문을 적극적으로 수용할 때, 자국의 학문과 역사에 대해서도 걸맞게 알아야 한다는 문화적 균형감각을 제시한 것이다. 당시 고려를 섬겨왔던 여진족이 금나라를 세운 후 주변 나라들을 멸망시키는 등 급성장하여 고려를 위협해왔다. 이에 고려 조정에서는 위기를 인식하고 자국 역사 재편이라는 필요성을 느껴 삼국사기를 편찬하라는 명이 불가피했을 것이다. 삼국사기에서는 국가의 구성원과 그들을 다스리는 하늘, 즉 군주와 신하의 올바른 역할을 중시하였고 삼국의 시초와 전성기, 그리고 멸망에 이른 과정을 기술하고 있다.

이 책은 두 권으로 나누어져 있다. 상(上)권에서는 신라와 고구려의 다양한 인물과 에피소드를 서술하고 있다. 먼저 알에서 태어난 시조 혁거세거서간(박혁거세)부터 신라에서는 꽤 많은 매력적인 인물들이 등장한다. 법흥왕 때는 불교가 공인되었는데 이때 이차돈이라는 인물의 공이 크다. 불교를 믿지 못하는 시대적 상황에서 불교를 주장하는 이차돈의 머리를 베자, 핏빛이 젖과 같이 희었다는 것이다. 부처님의 감응을 말하는 흰 젖은 결국 이차돈의 순교를 뜻한다. 이런 판타지적인 요소들이 더해지며 이야기에 재미를 가져온다. 신라에는 최초의 여성 리더, 선덕여왕도 등장한다. 당나라에서 선덕여왕에게 모란 그림과 종자를 보냈는데, 여왕은 그림을 보고 “이 꽃은 향기가 없다.”고 말한다. 그런데 실제로 종자를 심어 꽃을 피워 보니 향기가 없었다. 이에 신하들이 놀라 어떻게 알았느냐고 묻자 “꽃에 나비가 없는 것을 보고 알았다. 이는 결혼하지 않은 나를 조롱하는 것이다.” 라고 하는데 대답에서 그녀의 지혜로움이 돋보인다. 고구려의 시조는 동명성왕, 널리 알려져 있는 주몽이다. 책의 뒷부분에서는 고구려의 멸망 이야기가 눈길을 끈다. 당시 보장왕 보다도 더한 권력을 차지하고 있던 대막리지, 연개소문이 죽고 나서 그의 아들들이 내란을 일으켜 멸망을 호시탐탐 노리던 나-당 연합(신라와 당나라)에게 기회를 준 셈이기 때문이다. 결국 광개토왕과 장수왕이 이끌어낸 찬란한 빛을 발했던 고구려는 막을 내렸다. 하(下)권에서는 백제와 연표, 잡지, 열전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백제의 시조는 주몽의 아들, 온조왕이다. 백제는 삼국 중 가장 먼저 멸망했는데, 앞서 고구려의 상황과 비슷해 여기서 분열과 갈등이 국가멸망의 원인임을 강조함으로써 현실을 비판하고 후세의 역사에 교훈을 주고 있다는 것이 드러난다. 열전에서는 살수대첩의 일등공신 을지문덕부터 나무로 사자를 만들어 우산국을 정벌했던 이사부, 바다를 지켰던 장보고, 백제가 망해갈 때 목숨을 바쳤던 계백까지 많은 인물들의 이야기가 있다.

독립운동가이자 사학자인 신채호의 명제를 가져오지 않을 수 없겠다. “역사라는 것은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이다.” 여기서 ‘아’ 라는 것은 주체성, 우리 민족을 뜻한다. 반대로 ‘비아 ’라는 것은 비주체성, 내가 아닌 것, 즉 외세를 뜻한다. 삼국사기에서는 역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역사를 모르면 정치를 잘 할 수 없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삼국사기의 교훈, 김부식의 의도와 연결짓기에는 이 명제가 적절하다. 즉, 끝없는 투쟁을 통해 계속 역사를 중요시하고 기억하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 않을까 한다. 그런 점에서 삼국사기는 우리 민족에게 긍정적이고 의미있게 다가온다. 하지만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다고 하지 않는가? 물론 김부식의 입장에서 책을 쓴 것이고, 우리는 독자 입장이지만 비판하고 싶은 것이 두 가지 있다. 첫 번째는 김유신을 통해 신라의 삼국 통일만을 강조하였다는 것이다. 하(下)권의 열전에서 제 41권~43권을 아우를 정도로 김유신이라는 한 사람만을 치켜세웠다는 점이 굉장히 편파적이지 않나 생각한다. 통일을 위해서 애쓴 수많은 사람들이 있을 텐데, 게다가 고구려나 백제의 입장에서 보면 김유신은 일개 장군일 뿐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궁예와 견훤을 신라에 대한 역적으로 표현한 점이다. “때는 두 번 오지 아니하므로, 만나기는 어렵고 잃기는 쉽습니다. 하늘이 주는 것을 취하지 않으면 도리어 그 벌을 받습니다.” 통일신라가 망해 갈 때쯤 궁예가 후고구려를 건국하기 직전에 한 말이다. 권문세족들의 온갖 부패로 얼룩진 고려를 뒤엎고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의 마음과 같지 않았을까? 신라의 입장에서는 반역자이지만 만약 고구려 후손의 입장이었다면? 당연히 평가가 달라질 것이다. 이는 후백제를 세운 견훤을 재평가하는 입장과도 같다. 역사적인 인물을 조금 더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봤다면,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입장으로 서술했다면 더욱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든다.

마지막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 정부가 일본과 터무니없는 ‘위안부 합의’ 를 했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난다. 순간 영국의 총리 윈스턴 처칠의 “A nation that forgets its past has no future.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라는 말이 떠올랐다. 어떤 일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여전히 고통받는 사람들을 모른 채 하는 것은 참 불행한 일이다. 저자도 후세가 잘못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역사를 알아야 나라가 건승하고 국가의 통치행위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책을 편찬하지 않았을까? 그들의 시선에서 ‘미래’ 인 우리는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할 뿐만 아니라 역사에 대해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도록 기여해야 할 것이다.

/하명진(법학ㆍ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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