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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는 부패 공직자 위에, 나는 공수처’ 만들자‘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 권고안
이효정 선임기자  |  dawn@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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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9.23  14: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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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부당거래>(2010)에서 스폰 검사 ‘주양’은 자신의 비리 장면이 담긴 사진을 내민 경찰 ‘최철기’에게 이렇게 말한다.
“내가 겁이 많아서 검사가 된 사람이야.”
이런 사진쯤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그는 조소를 덧붙이기까지 한다. 영화 속 유머였지만 이 장면에서 웃는 관객은 몇 명이나 됐을까.
권력으로 법을 누르고 자신들의 이권을 챙기는 고위공직자 이야기, 한국 영화ㆍ드라마의 단골소재다. 안타깝게도 이는 픽션이 아니다.
‘넥슨 주식 비리’ 진경준 전 검사장부터 김기춘 전 비서실장, 우병우 전 민정수석까지. 법과 원칙을 수호해야 할 이들이 오히려 우리 사회를 흐리는 ‘법꾸라지’로 전락한 모습을 보며 국민은 분노했다. 권력자의 곁에서, 혹은 권력자 스스로가 저지르는 비리를 어떻게 견제하고 감시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답으로 제시된 것이 바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다.

대통령부터 전직 고위공무원까지ㆍㆍㆍ
넓은 수사 대상 범위
검ㆍ경찰의 모든 범죄 공수처가 수사
판사는 직무상범죄만 수사 대상

지난 18일 법무부 산하 법무ㆍ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한인섭 서울대 교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 권고안을 발표했다. 공수처는 고위공직자의 각종 직무 범죄 행위에 대해 수사권ㆍ기소권ㆍ공소유지권을 갖는 독립기구다. 다른 수사기관보다 수사우선권을 가지며 인사ㆍ예산상 독립돼 고위공직자의 권력형 비리를 제대로 감시할 수 있도록 공수처의 밑그림이 그려졌다.

주요 수사 대상은 대통령, 국무총리, 국회의원, 대법원장ㆍ헌법재판소장, 대법관ㆍ헌법재판관, 감사원장, 중앙선거관리위원장, 광역지방단체장과 교육감 등 주요 헌법기관장 등이다. 이외에 정무직 공무원, 고위공무원단, 고위감사공무원단, 판ㆍ검사 및 경무관급 이상 경찰공무원, 장성급 장교, 금융감독원 원장ㆍ부원장ㆍ부원장보 및 감사 등도 수사 대상에 포함한다. 대통령비서실, 국가정보원의 3급 이상 공무원 역시 수상 대상이며 퇴임 후 3년이 지나지 않은 전직 고위공직자도 수사를 받게 된다. 고위공직자의 가족도 수사대상에 속한다. 배우자, 직계존비속 및 형제자매도 조사의 대상이 되며 대통령의 경우 배우자와 4촌 이내의 친족까지 수사를 받는다.

수사ㆍ처벌 대상이 되는 범죄는 뇌물수수, 알선수재, 정치자금 부정수수, 공갈, 강요, 직권남용, 직무유기, 선거 관여, 국정원의 정치 관여, 비밀 누설, 국회에서의 위증 등 고위 공직 업무 전반과 관련한 범죄다. 검사와 고위직 경찰의 경우 모든 범죄를 ‘수사기관 공직자범죄’로 규정해 공수처가 맡는다.
이와 달리 판사는 사법권 독립을 존중하는 취지로 직무상 범죄만 공수처와 검찰이 다루며 직무상 사건이 아닌 일반 사건은 검찰이 수사한다. 기업 범죄도 공수처가 수사할 수 없다. 고위공직자 수사 중 기업이 필요적 공범 관계에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경우 등에는 수사가 가능하다.

처장 3년 단임, 최대 122명의 수사인력
검찰-공수처 간 경력 단절시켜
권력과의 유착 방지

공수처는 공수처장ㆍ차장, 검사 30~50명, 수사관 50~70명으로 구성돼 최대 122명의 순수 수사 인력을 둘 수 있다. 검사 수만 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부(25명) 4개를 합친 것보다 조직이 크다.

처장과 차장은 3년 단임제로 연임이 불가능하다. 처장은 추천위가 15년 이상 경력의 법조인 또는 변호사 자격을 가진 법학 교수 중에서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1명을 지명,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할 수 있다.
다만 검사의 경우 처장이 되려면 퇴직 후 3년, 차장이 되려면 1년이 지나야 한다. 추천위는 당연직인 법무부 장관ㆍ법원행정처장ㆍ대한변호사협회 회장 3명에 국회 추천 인사 4명이 더해져 총 7명으로 구성된다.
공수처 검사는 변호사 자격자 중 인사위원회의 추천을 거쳐 처장의 제창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며 임기 6년으로 연임할 수 있다. 단, 공수처 검사 퇴직 후 3년간 검사로 임용되지 못하며 퇴직 후 1년 이내에 청와대에 들어가거나 변호사로서 공수처 사건을 수임할 수 없다. 검찰과 공수처의 경력을 단절해 권력과 유착될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노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인사위의 경우 공수처 3인 외 국회의장이 추천한 변호사 자격이 없는 3인, 법무부 장관 추천 검사ㆍ법원행정처장 추천 판사ㆍ대한변협 회장 추천 변호사 각 1인 등 9명으로 짜인다.

공수처는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에 우선적 관할권, 상대적 우선권을 가진다. 개혁위원회 한인섭 위원장은 “동일 범죄에 대해 공수처와 검찰이 동시 수사할 때는 공수처에 사건을 이첩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 수사가 영장 청구 단계에 있을 때는 수사의 맥이 끊기지 않도록 검찰이 수사를 이어갈 수 있다.

검찰이나 경찰이 고위공직자 범죄를 수사하는 경우 공수처장에게 통지해야 한다. 특히 검사 혹은 경무관급 이상 고위경찰의 경우 모든 범죄를 공수처에서 수사하므로 검ㆍ경의 ‘제 식구 감싸기’를 막을 수 있다.
반대로 공수처장이 공수처 검사의 범죄를 발견한 경우 대검찰청으로 이첩해야 한다. 수사 결과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사찰기구’, ‘옥상옥’이라는 비판
검찰은 ‘기소독점주의’ 붕괴 우려
법안 통과 험로 예상

개혁위원회의 권고안대로라면 공수처는 막강한 권한을 가지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간 ‘검찰 개혁’을 강조해왔던 만큼 온갖 권력형 비리와 검찰 비리를 없애기 위한 조처로 보인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아 법안 통과까지 상당한 격론이 예상된다.

일부 야당 의원들은 공수처가 초헌법적인 상시사찰 기관이 될지도 모른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정권 쥔 사람이 야당 의원을 겨냥하는 사찰성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에 귀 기울여야 한다”며 권한 남용의 우려를 내비췄다. 정치인뿐만 아니라 사법기관까지 수사하는 공수처가 또 하나의 대형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검찰 측 반발도 만만치 않다. 공수처를 만들면 형사법 체계의 근간인 기소독점주의가 무너진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기존 수사기관이 수사 중이었더라도 공수처의 직무 범위에 속하면 공수처로 이첩을 권면한다는 데 대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기존 수사기관을 적폐세력으로 분류하고 권한을 과도하게 축소하는 데 집중하는 느낌이 크다는 것이다.

‘옥상옥’, 즉 지붕 위에 지붕을 만드는 꼴이라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미 특임검사와 특별감찰관이 있는 마당에 굳이 새로운 제도를 신설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특검은 개별 사안마다 지정해야 하고 국회 과반수 찬성이 있어야 임명이 가능하므로 시작부터 정치권력 아래에 있다고 보는 입장이 많다. 특별감찰관 역시 강제 수사 권한이 없어 가벼운 조사에 그친다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반발과 지적에도 불구하고 개혁위원회는 “기존 제도로는 고위공직자의 권력형 비리를 제대로 방지할 수 없으므로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공수처 설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공수처, 논의된 지만 20년
청렴사회 위해 이제는 시작할 때

따지고 보면 공수처에 대한 논의는 약 20년이 넘게 계속됐다. 김대중 정부 말기 처음 용어가 생기고 16대 국회에서 공수처 설치 법안이 발의됐지만 번번이 실패로 끝났다.

그동안 한국 사회는 너무 많은 공직자 비리, 스폰 검사 사건을 겪었다. 검찰 개혁, 고위공직자 비리 척결에 대한 국민적 열망을 이제 더는 외면할 수 없다. 이러한 시대적 당면과제를 박근혜 정부의 특별감찰관처럼 있으나마나한 제도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많다.

청렴한 대한민국 사회를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여ㆍ야의 빠른 합의와 검찰의 협조가 촉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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