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1: 세계 제1위의 쌀 생산 대국은?
답 1: 중국입니다.
문 2: 그렇다면 세계 제1위의 쌀 수입국은?
문 2: 역시 중국입니다.

인터넷을 뒤져 관련 자료를 찾아보니 쌀 생산량에 있어 부동의 1위는 중국이며 연간 생산량은 자그마치 1억4450만 톤에 이른다. 한국의 지난해 쌀 생산량이 420만톤이었으니 무려 34배에 달하는 수치다. 한국 인구가 5000만 명이므로 34배를 곱해보면 약 17억 인구가 넉넉히 먹을 수 있는 양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1년에 500만 톤을 추가로 수입하는 세계 제1위의 수입국 또한 중국이다. 공식적인 통계는 14억이라는 중국의 인구가 17억 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B급 근거다.

그렇다면, 세계 1위의 쌀 수출국은 어디일까? 역시, 구글을 통해 얻은 자료에 따르면 쌀 생산량 2위로 중국의 약 70%에 해당하는 1억480만 톤을 생산하는 인도가 세계 제1의 쌀 수출 대국이다. 우리보다는 25배 많은 양이며 인구 인도가 우리보다 약 26배 많은 13억 명이니 놀라울 정도로 잘 들어맞는 수치다. 인도의 2016년도 쌀 수출량은 1040만 톤으로 우리나라 쌀 생산량의 두 배를 훌쩍 뛰어넘었다. 한편, 쌀 생산량 3위는 2억6천만 명의 인구 대국인 인도네시아로 2016년에 3576만 톤을 생산했으며 4위는 방글라데시다. 의외는 브라질이 846만 톤으로 일본(781만 톤)보다 한 단계 위인 9위라는 것.

재미있는 사실은 이렇듯 쌀이 넘쳐나는 시대에 한국의 쌀 소비는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2016년의 쌀 소비량은 1인당 61.9kg으로 1인당 쌀 소비량이 가장 많았던 1970년의 136.4kg보다 무려 54%나 감소했다. 1950년대까지 보릿고개라는 말이 보편적으로 통용됐던 것을 감안해 보면 그야말로 상전벽해(桑田碧海)인 셈이다. 참고로, 보릿고개란 전년도 가을에 수확한 양식은 바닥이 나고 보리는 미처 여물지 못한 5~6월, 농가 생활에 식량 사정이 매우 어려웠던 고비를 일컫는 말이다. 쌀은 떨어졌는데, 아직 보리는 여물지 않아 보리를 미처 수확해 먹을 수 없었던 춘궁기(春窮其)의 순 우리말 표현이었던 것이다. 이와 함께, ‘상전벽해’란 드넓은 뽕나무 밭이 하룻밤 사이에 푸른 바다로 변한다는 뜻으로 세상이 몰라볼 정도로 변했음을 비유한 말이다.

그런 격세지감을 느끼게 해주는 또 하나의 현상이 쌀 유지비이다. 일례로 지난 2016년 국내의 쌀 생산량은 430만 톤 정도였지만 소비는 390만 톤에 그쳤다. 문제는 한국이 쌀 의무 수입국으로 남은 40만 톤과 비슷한 규모인 40만8700톤의 쌀을 미국과 중국 등으로부터 수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FTA 협정에 따른 의무 때문이다. 결국, 작년 한 해에만 무려 80여만 톤의 쌀이 남아 돌게 됐다. 이에 정부는 해외 원조를 포함해 과자 가공용, 소주, 막걸리 등의 술 제조용, 가축 사료용 등으로 재고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해도 매년 평균 28만 톤 정도의 쌀이 남아 도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내놓은 2017년 ‘쌀 수급 전망과 파종기 과제’라는 보고서에 나오는 내용이다.

그렇다면 남는 쌀은 어떻게 관리하고 있을까? 인터넷을 통해 찾아낸 사실은 전국에 쌀 창고가 5500여개에 이르며 이들 창고에는 현재 약 200만 톤 정도의 쌀이 가득 보관돼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일년치 쌀 생산량의 절반에 이르며 식량농업기구(FAO)가 권고하는 기준(연 생산의 17%)인 70만 톤의 세 배에 가깝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식량농업기구의 권고 기준치를 무려 세 배나 넘는 쌀을 보관하는 비용 역시, 천문학적이다. 관련 자료에 따르면 1만 톤당 보관 비용은 약 31억 원 정도. 그리하여 200만 톤의 쌀을 보관하기 위해 산술적으로 따져보면 매년 6200억 원 가량이 소요되고 있다.

아이러니한 사실은 그런 현재의 상황이 그저 부럽기만 한 조선 시대엔 쌀 생산이 지금처럼 넘쳐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시, 나라에서 주는 급료인 녹봉(祿俸)은 쌀과 면포, 그리고 비단이었다. 여기에서 면포는 면을 둥글게 만 형태의 물품을 일컫는다.

먼저 숙종 실록을 보면 국가 재정의 어려움으로 관료들의 녹봉을 줄여야 한다는 보고가 등장한다. 이에 숙종은 이미 조선의 관료들이 녹봉을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로 반박한다. 경국대전에 의하면 관리들의 월급은 총 18등급으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가장 높은 고위 관료는 정 1품의 정승으로 당시 연봉으로 쌀 1백석, 면포나 비단으로 32필을 받았다. 성인 1백 명이 먹을 수 있는 분량의 쌀이었던 셈이다. 오늘날 쌀 20kg이 평균 4만 원 정도 한다고 치면, 1석은 144kg으로 약 28만원이며 쌀 값만 따졌을 때는 대략 2800만원 정도 하는 셈이다.

이와 함께 면포(綿布)나 비단은 현재 가치로 약 2100만원 정도 한다니 장관의 연봉은 5000만원 정도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9급 서기에 해당하는 최하품인 종 9품의 연봉은 얼마였을까? 쌀 14석에 면포 4필이었다. 현재 가치로는 500만원 정도였다.

사실, 조선은 재정이 무척 빈약했다. 세율이 무척 낮은 나라였기 때문이었다. 예를 들어 현재 우리나라의 조세 부담률은 25% 정도로 세계 평균 수준이며 북유럽은 50%에 육박하고 있다. 18세기 에도 시대에도 일본인들의 평균 세율은 35% 수준이었다. 더불어 중세 유럽의 농노들은 영주에게 기본 33%를 납세해야 했으며, 남은 소득으로 10%를 교회에 십일조 명목으로 내야 했다.

그런 의미에서 쌀이 귀했던 시대에 고봉밥이라 해서 높은 봉우리처럼 밥 그릇에 수북하게 쌓아 먹던 귀한 이밥이 이제는 말 그대로 세금을 천문학적으로 축내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다. 이밥은커녕, 한 끼 한 끼를 제대로 먹지 못하는 북한에서는 아직도 사람들이 굶어 판국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현실인가? 그런 가운데 한국에선 이밥이 아니라 현미밥이나 잡곡밥을 찾는 가운데 오히려 쌀을 탄수화물 덩어리로 여기며 이를 기피하고 있으니 세상만사 요지경이라는 말이 정말 딱 들어맞는 듯하다.

그렇다면 간단한 해결책으로 북한도 살고 한국도 살아보는 것은 어떨까? 남아도는 식량을 북한에 보냄으로써 말이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쉽지 않으니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심훈(언론방송융합미디어·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