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재산권 침해 뿌리뽑기, 국제적으로도 눈돌려야
디지털 시대에 맞는 법 정비와 함께 정보공유운동도 고려해야

  정부는 지난 3월초부터 지적재산권 침해풍토를 뿌리뽑기 위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다. 우리학교 PC실의 모든 컴퓨터에는 ‘불법소프트웨어 사용금지’ 스티커가 붙여져 있으며 정기적으로 불법소프트웨어를 점검한다. 이것도 지적재산권 침해 뿌리뽑기 작전의 일환이다. 정부가 이렇게 지적재산권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것은 지식·기술·정보와 같은 무형의 자산들이 개인과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 경쟁력의 원천이 된다는 인식과 더불어 최근 지적재산권과 무역전쟁의 관련이 깊어지면서부터이다. 지적재산권을 보호해 창작과 기술개발 풍토를 조성하지 않고서는 국가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지적재산권의 범위는 무척 광범위하다. 저작권과 소프트웨어 개발권은 물론이고 특허권, 상표권, 의장권을 모두 포괄하고 있다. 특히 문학, 예술, 연출, 공연, 음반, 방송 등 예술분야의 지적 활동도 지적재산권의 핵심적 사항이다. 지적재산권은 타인이 무단 사용할 수 없으며 이를 사용하려면 소유권자와 계약을 맺고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또한 지적재산권 보호문제는 세계 각국의 중요 현안으로 떠오른지 오래다. 우리나라도 미국과 지적재산권을 둘러싸고 심각한 마찰을 빚은 적이 있으며 93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때도 지적재산권 보호문제가 논의됐다. 당시 미국은 한국 등 개발도상국들이 지적재산권 보호에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자 무역보복 등의 으름장을 놓기도 했었다.

  이는 현재에 있어서도 무관한 일이 아니다. 인터넷 지적재산권 최대 쟁점사항의 하나인 비즈니스 모델 특허에 대해 국내 특허청은 무심하기만 한 것이다. 그러나 무의식적으로 외국 비즈니스 모델을 활용해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많은 국내 전자상거래 업체들은 자칫하면 외국 업체들에게 대형 소송을 당할 우려가 있다. 실제로 미국의 영상소프트웨어 단체인 국제지적재산권연맹은 지난 5월24일 한국의 지적재산권 보호실태에 대한 감시강화를 건의했고, 미국의 일부 인터넷 업체들은 국내 컨설팅 업체들에 법적 대응방법 문의를 해오고 있다.

  이제는 범국가적 차원에서 특허분쟁을 겨냥한 개선방안이 모색돼야 할 것이다. 또한 전문가들은 관련 법체계 정비도 좀 더 정교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재 인터넷 관련법은 지적재산권과 소프트웨어프로그램보호법 정도에 그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두 법은 법조문 자체가 추상적이어서 분쟁으로 이뤄질 경우 명확한 판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한번 분쟁에 휩싸이면 판결까지 길게는 3년을 기다려야 한다. 반면 미국에서는 특허를 출원한 후 약 3개월∼1년이 되면 특허심사결과를 알 수 있다. 한마디로 국내의 상황은 실효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인터넷 특허분쟁이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하루빨리 이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보면 국가 차원의 지적재산권 보호정책과 각 기업들이 쏟는 노력은 우리와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필사적이다. 지난 86년 4월 미통상대표부(USTR)는 개발도상국의 지적재산권 보호가 불충분하고 권리 침해나 도용행위가 잦다고 밝힌 뒤부터 공격적인 보호정책을 펴기 시작했다. 또한 미국은 현재 대통령 직속으로 특허청장을 위원장으로 한 지적재산권위원회를 설치해 특허청이 전반적인 업무를 관리하고 있다. 영국, 캐나다, 독일, 뉴질랜드 등 주요 선진국들도 지적재산권 관리조직을 특허청으로 일원화하고 있으며 일본도 이의 통합방안을 모색중이다. 세계 유수의 기업들도 자사의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해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해 놓고 있다. 일본의 미쯔비시전기와 도시바는 각각 1천5백여 명과 2만여 명의 지적재산권 관련 인력을 확보하고 업무에 직·간접적으로 투입하고 있다. 반면 국내 업체들은 대기업이라 하더라도 소수의 인력만을 지재권 관련업무에 근무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들어 지적재산권을 둘러싼 기업들간의 빈번한 국제 분쟁도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이다. 이는 지적재산권을 기업의 중요자산으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고, 핵심 기초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이 기술이전을 꺼리기 때문이다. 일부 기업은 ‘선소송 후타협’을 통해 기술사용료를 톡톡히 챙기려는 등 지적재산권을 악용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는 디지털화가 되면서 아날로그 법의 적용이 한계점을 드러내고 있다. 국제적인 분쟁의 우려와 인터넷상의 지적재산권 보호에 대한 혼란이 나타남과 함께 지적재산권법이 더욱 강력해져 가는 추세다. 그러나 사이버 스페이스 상의 최대 장점인 정보공유에 대해 사용자들이 자유를 누릴 수 없다는 측면에서 카피레프트 운동도 나타나고 있다. 결국 디지털 시대에 맞는 지적재산권 관련 법안이 정비되고, 지적재산권 보호와 법의 테두리에 적합한 정보공유운동을 확산하는 캠페인과 교육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 고진선 기자 dimple63@hanm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