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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에 있는 수많은 상표들…. 종류도, 그 이름도 가지가지이다. 이러한 상표마다 이름을 정하면 다른 상품이 함부로 그
이름을 사용할 수 없는 배타적인 권리를 가진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지적재산권의 문제가 대두되는 가운데 주로 사람들 사이의
이야기들은 저작권 문제로 치우쳐있기 일쑤지만 어떤 상품에 대한 상표권이나 발명과 같은 새로운 지적인 생산물에 대한 창조적인 권리인 특허권은 이미
지적재산권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상표권은 자본주의 안에서 이뤄지는 생산적인 활동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상품을 하나의 지적인 창조물로 보고 그것을 창조한 사람이나 기업 이외의 다른 사람이 그것을 사용할 때 어느 정도의 대가를 지불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로 인해 자본을 축적할 수 있는 원동력이 생기는 셈이다.
상표법 41조에 의하면 상표권은 설정등록(設定登錄)에 의해 발생한다고 명시돼 있는데 이처럼 같은 상품을 고안했더라도 누가 먼저
등록을 하느냐에 따라서 그 상품에 대해 권리를 누가 가지느냐가 결정되는 것이다. 특허도 마찬가지인데 유선통신의 선구자라고 불리는 그레이엄 벨은
같은 시기에 연구하는 다른 발명가를 제치고 한시간 먼저 특허로 등록해 이름을 남길 수 있었다. 한 시간 늦게 도착한 발명가의 업적은 인정되지
않은 것이다. 상표권은 배타적인 권리이기 때문에 기존의 상품과 비슷한 이름의 신상품이 나올 경우에 따른 ‘상표권 침해’소송 횟수도 적지
않다.
지난 27일 법원은 상표권 침해는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품에 해당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부산고법 제1민사부에서 있었던 이 판결은
영국의 자동차 및 항공기 제조업체인 롤스로이스사의 경남창원의 S정밀 대표에게 자신들과 유사한 도메인을 사용한다는 이유로 걸었던 ‘상표권 침해 및
부정경쟁행위’등의 청구소송을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품을 사용하거나 취급하지 않았다고 기각시킨 내용이다.
동일한 상품에 대한 분쟁들도 끊이지 않는다. 오랜시간 동안 소비자들에게 이름이 알려져 있던 ‘초코파이’가 그 이름을 놓고
법적인 싸움을 벌인 것이 하나의 예이다. 초코파이는 현재 동양제과와 롯데를 비롯해 해태와 크라운 제과에서도 생산되고 있다. 이렇게 많은 회사들이
초코파이를 상품으로 내놓자 초기에 ‘오리온 초코파이’란 이름으로 초코파이를 만들어 냈던 동양제과에서 독점권을 주장하며 롯데의 초코파이 상표등록을
취소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초코파이를 동양제과가 창작하긴 했지만 다른 업체들이 오랜기간 사용하면서 보통명사화됐으며 초코파이 앞에
제조회사 이름이 붙어 소비자가 상품을 혼동할 가능성도 적다고 판결했다. 또 웅진식품과 동원F&A에서도 상표권을 놓고 싸움이 일고 있는데
비슷한 시기에 내놓았던 초록사이다의 상표권을 놓고 두 회사가 서로 원조임을 주장하며 자신들의 입장을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이외에도
롯데·해태·동양제과의 자일리톨껌, 해태음료·인삼공사의 인삼음료도 제품의 포장, 상표등록이나 부당광고를 놓고 최근 법정 판결을 받았다.
우리나라에 상표제도가 도입된지 52년이 됐고 상표권 등록건수만 해도 50여만건이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미국, 일본, 중국,
프랑스에 이어 세계 5위의 상표출원 대국으로 자리잡았다. 지적재산권의 보호는 선진국 사이에서의 세계적 추세이고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의 흐름인
것처럼 번져나가고 있다. 그러나 상표가 나날이 많아지는 모습에서 상표를 붙이지 않으면 소비자를 현혹시키지 못하고, 상표를 붙이고 이름이
알려질수록 실질적 자본으로 팽창하는 자본주의의 원리를 따르는 한 단면을 찾게 되는 것은 왜일까.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 빌 게이츠 회장이 하루아침에 세계적인 갑부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지적재산권의 보호가 없었더라면
절대적으로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처럼 거대한 자본과 이름만이 살아남는 사회에서 개인의 재능과 창의성이 진정으로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인지는
미지수다. 지적재산권의 보호를 부정하자는 말은 아니다. 자신들의 권리만을 주장하며 지나친 경쟁으로 치닫는 기업들간의 관계는 순수한 ‘창작을 위한
창작’을 방해하며 거대한 상표만이 살아남게 도와줄 것이다. 상표권 등록 횟수가 늘어가는 만큼 돈을 위한 권리의 남발보다 순수한 의미의 창작을
위한 지적재산권에 대한 올바른 의미와 인식 정립이 필요한 때이다.
/ 홍수경 기자 laught123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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