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학기를 마무리하고 내년을 준비하는 움직임이 캠퍼스 곳곳에서 일고 있다. 대표적으로 2018년 학생회 선거운동이 그렇다. 학생대표 후보자들이 학내에 포스터를 붙이고 유세에 한창이다. 학우들이 오고가는 길목에 서서 인사를 건네고 강의실을 돌며 자신들을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지난 15일 저녁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주도로 후보자들이 자신들의 공약을 설명하고 학우들로부터 질의를 받는 공청회를 진행했다.

이날 공청회에서 학우들이 후보자들에게 가장 많이 던졌던 질문 중 하나는 ‘공약이 너무 복지 중심’이라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후보들의 공약을 살펴보면 간식, 프린트, 사물함 사업 등 온갖 복지정책으로 빼곡하다. 물론 이와 같은 사업이 불필요하다고 말할 순 없다. 사항에 따라 필수적인 복지 정책도 있으며 학우들 또한 피부에 와 닿는 복지 사업을 선호하므로 후보들이 이를 공약에 넣는 것은 당연하다. 공약을 보며 석연찮았던 것은 단순히 복지 정책의 남발 때문만이 아니다. 소속과 이름을 지우면 어느 곳의 후보로 나왔는지 당최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각 후보들의 공약은 닮아있다. 전년도, 그 전년도 학생회의 공약과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선대 학생회의 공약을 ‘복사+붙여넣기’한 것처럼 이들 공약은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본보에서 2018년 총학생회 후보로 나온 ‘시그널’의 공약을 지난 총학 후보자 및 단과대학 학생회의 공약, 학내 부처 사업과 비교해봤다. 그 결과 시그널 공약 21개 중 14개가 올해 총학생회인 ‘리플라이’의 공약과 일치했다. 나머지 7개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취·창업 캠프의 경우 이미 취업지원센터에서 진행 중이며, 주간 특강 개최는 단과대학에서 시행하고 있다.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은 2016년 총학인 ‘유앤아이’에서 먼저 선보였으며 수강신청제도개선은 스마트캠퍼스구축위원회에서 나온 안건이다. 명절 귀향버스 운행의 경우 지난 총학 후보였던 ‘빛나리’ 선본의 공약이었다. 결국 시그널만의 독창적인 공약은 ‘학점 save 제도’와 ‘총학생회 월간지 발행’뿐이다.

단과대학 후보 역시 비슷했다. 각 학생회 후보들과 직전 학생회의 공약을 비교한 결과, 심한 경우 75%나 공약이 일치했다. 가장 낮은 곳도 47%나 됐다.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라고 묻던 인기드라마의 대사가 떠오르는 순간이다. 공약들에는 각 단과대학만의 특징도 그에 따른 차별점도 딱히 없다. 나름의 개선을 시도한 후보자도 있었지만 그 공약의 실효성 여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경영대학 후보자 ‘ON:AIR’는 사물함을 추가 설치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현재 사회과학대 사물함의 사용률이 50%도 넘지 않는데 사물함을 추가 설치한다는 공약은 혁신이라기보다 눈속임에 가깝다. 이용시간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제한된다는 점에서도 과연 창의적인 발상이라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왜 기존의 것을 활용, 발전시키기보다 새로운 ‘무엇’을 만들어내려 하는지 후보자들에게 묻고 싶다. 고쳐 쓰기보다 새로 사는 것이 더 쉽게 마련이다. 별 고민 없이 구색만 맞춘 공약에 ‘이 정도면 됐다’며 만족한 것은 아닌지 후보자들은 되돌아보길 바란다. 이런 비판이 후보자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도 있다. 무엇을 더 고민해야 하고, 대체 어떤 정책을 내걸어야 만족하냐며 되물을 수도 있다. 그 고민은 어디까지나 후보자의 몫이다. “학우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입후보했다는 그들의 선전이 사실이라면 그 고민까지도 기쁘게 감수하고, 창의적이며 혁신적인 공약을 모색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