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업 중 짝을 지어 서로의 관심사 따위에 대해 질문하는 시간이 있었다. 한창 짝꿍에게 무엇을 질문할지 고민하고 있는 도중 짝꿍이 내게 취미가 무엇인지 먼저 물어왔다. 단순히 취미를 묻는 질문에 나는 묘한 기시감으로 가득 찼다. 오늘날 내 취미가 중ㆍ고등학생 시절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었다. 순간 이것저것 많이 시도해봐야겠다며 리스트를 작성하던 2월의 내 모습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리스트를 작성하던 2월보다 이전인 고등학생 시절, 필자는 몇 년 후의 대학생활을 막연하게 그려보곤 했다. 적어도 8시 등교와 야자 및 학원 사이클보단 여유 있겠거니 싶었다. 그렇게 상상하던 것처럼 대학에 와서 시간표를 짜고 보니 아예 공강인 날도 있었고, 수업 사이마다 공강 시간도 있었다. 가족들이 서둘러 움직이는 아침에는 내 시간만 천천히 흘러가고 있는 기분도 들었다. 물론 조별 과제, 리포트, 견학 외에도 과나 학교행사, 동아리와 같이 참여하는 활동들이 있었지만, 대학생이 아닌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시간이 많았다. 남는 시간 대부분은 친구들과 만나며 무분별하게 소비했다. 취미생활은 앞선 모든 것을 다 한 후, 막연히 남는 시간이 더 있을 거라 생각하고 미뤘었는데, 당연히 남는 시간은 없었다.

필자는 코인노래방에 종종 간다. 학교 주변에 있어 접근성도 좋고 짧게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수업 사이에 있는 공강 시간에 무리 없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역시 하나의 취미라고 할 수 있겠다. 말 하고자 하는 것은 생각을 비우고 쉽게 즐길 수 있는 취미 이외에 새롭게 계획하고 있거나 자꾸 미뤄지는 취미에 대한 부분이다. 단순히 ‘해야지’라고 다짐만 한다면 나중으로 미루게 된다. 필자는 코인노래방에 가는 것을 ‘새로운 취미’로 삼고 따로 시간을 내고 있다. 처음에는 그냥 가지 말고 빈 강의실에서 핸드폰이나 할까라는 생각을 했지만, 이제는 자연스럽게 코인노래방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몇몇 학생은 이 과정에서 과제를 할 때와도 같은 압박감, 혹은 귀찮음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취미는 즐기는 데 의미가 있다. 따라서 가장 여유 있고 즐길 수 있는 시간대를 선택해 압박감은 최소화하고, 그 시간을 즐겨야 한다.

바쁜 생활 도중 짬을 내 ‘작은’ 취미활동을 하는 것은 사회생활에서 지칠 때, 일상 속에서 새로운 활력을 주며, 그 시간은 자기 개발로 이어진다. 쳇바퀴 같은 하루 속에 작지만 효율적인 원동력이 되어주는 셈이다. ‘작은 취미’는 바쁜 학업 속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나를 위한 휴식으로 작용한다. 이제 종강이 얼마 남지 않았다. 겨울방학에 시간 계획을 세워서 모두들 원하는 취미를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것도 일종의 자신과의 약속으로 취급하고 최대한 지키려고 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날짜와 시간을 구체적으로 정할수록 더 좋다. 방학 한 달 전 지금부터 자신만의 작은, 그러나 색다른 취미를 찾는 것은 어떨까.

/정수연(환경생명공학·1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