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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격차’‘유리천장’ 등 성차별 여전 꾸준한 문제제기·공감·연대가 필요
이효정 선임기자, 노혜연 기자  |  h.yeon923@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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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2.09  13:4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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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는 대화하기 어려운 주제다. 남녀 구분 없이 이 주제에 대해 불편하게 여기고 언급하길 꺼린다. 페미니스트라 하면 여성우월주의자, 남성을 혐오하는 사람, 기가 센 사람, 예민한 사람, 화장을 하지 않는 사람 등으로 오해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이는 편견에서 비롯된 생각이다. 페미니즘은 ‘남성은 ~해야 한다’ ‘여성은 ~해야 한다’ 등 남녀의 태도와 성격을 규정하는 사회적 성(Gender)을 문제 삼고 그 편견을 타파하기 위한 노력이다. 이번 기획에서는 우리 대학 소속 교수와 학생이 말하는 페미니즘에 대해 들어보고자 한다.

김양선(교양기초교육·교수)

Q. 페미니즘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A. 제가 대학 다닐 때는 총학생회와 별도로 여학생회가 있었던 시기였는데 여학생회 활동을 했었어요. 그때 주변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너는 사회적으로 더 중요하게 해결할 문제가 많은데 왜 부차적인 여성문제에 시간을 허비하느냐?”였어요. 당시 군사정권 문제가 집중되던 시기라 사회정치적 문제가 해결되면 여성인권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는 시각이 대부분이었죠. 성장과정에서 딸이라고, 여자라고 차별받은 경험은 없었지만 이런 동기나 선후배들을 설득해야겠다는 생각에 적극적으로 페미니즘 공부를 시작하고 대학원 진학 후에도 페미니즘 문학의 길을 걷게 됐습니다.

Q.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페미니즘과 그 가치는 어떤 것인가요?

A. 페미니즘 리부트 현상을 불러일으킨 책,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에선 여자들이 ‘남자들은 모든 것을 알고 있고, 그 지식을 너에게 알려주겠다’는 일명 ‘맨스플레인(Man’s explain)’에 대해 ‘NO’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는 여성으로서 자신이 경험하는 부당함, 불편함에 대해 침묵하지 않고 말하기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조금 과장되게 얘기하면, 페미니즘이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는 시민권과 표현의 자유를 ‘젠더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봅니다. 결국 페미니즘은 나의 부당함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권리, 그 부당함의 이유를 침묵하지 않고 객관화해서 말하는 것으로써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우리나라 성 차별이 많이 사라졌다고 생각하시나요?

A. 1999년 여성차별금지법 제정, 2001년 여성부 신설, 2008년 호주제 폐지로 한국 사회는 성평등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육아휴직제도 비율, 남녀 임금격차, 유리천장 지수, 경력단절 여성 재취업률 등과 같은 수치를 보면 성차별적 요소가 여전히 남아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작년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 이후 온라인상에서 메갈리안 논쟁이 페미니즘 리부트 현상을 가져온 것은 역설적으로 한국 사회에 여전히 페미니즘을 불편해하고, 성차별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존재함을 보여주는 것이죠.

Q. 페미니즘에 대해 불편해하거나 여성혐오, 남성혐오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A. 재작년 한림학보 605호 ‘한림원’에서 맘충, 일베충, 수시충 등과 같이 의도를 가지고 혹은 아무런 의식 없이 그 단어를 쓰는 순간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벌레’가 되는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한국의 혐오사회는 지난 몇 년간 표현의 자유가 억압되어 온 상황과 경제 저성장, 고용불안, 양극화와 세월호 사건 등에서 볼 수 있듯 사회적 안전망이 보장되지 못하면서 국민들이 갖게 된 불안과 분노, 시스템이 나의 삶을 보장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절망감 등이 누적된 피로감이 폭발한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이러한 불안과 분노가 구조적 원인을 파헤치고 사회적 강자를 향한 분노가 아닌 여성, 장애인, 외국인 노동자, 이민자, 노동자, 노인 등 사회적 약자에 향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성차별을 없애기 위해 어떠한 노력이 필요할까요?

A. 차별금지법, 양성평등법 등은 흔히 들어 봤을 거예요. 하지만 아직도 여성들이 결혼과 출산으로 경력이 단절되거나 일정 이상의 직위에 오르지 못하는 ‘유리천장’지수를 보면 실질적인 제도가 더 많이 마련돼야 함을 느낍니다. 또 소위 ‘Hate Speech’라고 불리는 혐오표현에 대한 강력한 법적 규제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무엇보다도 ‘젠더 감수성’이라고 말하는, 여성과 남성이 불평등한 현실과 성차별적 발언 등에 대해 문제 제기하기 등 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자신감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박형준(철학·4년)

Q. 페미니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남성의 입장에서 얘기해주셔도 좋습니다.

A. 저는 남성입니다. 제 경험의 내용이 여성의 경험과 같을 수 없습니다. 다만, 한국 사회에서 어떤 질서가 일상적으로 여성과 다양한 개인에게 폭력적으로 적용되는지에 공감할 따름입니다. 제게 여성들의 경험은 그들이 겪은 바를 증언해주었을 때 비로소 알게 되는 영역입니다. 여성이라서 겪는 폭력, 성적 위협, 여성성 강요, 임금 격차 등의 가능성과 현실은 남성이 경험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그러니 여성이 아닌 남성들은 여성들이 자신의 경험을 증언하고 담론을 형성하는 목소리 앞에 겸손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섬세하게 접근하고 경청하는 태도입니다.

Q. 페미니즘이 남성에게 역차별을 가져온다고 생각하시나요?

A. 남성에 대한 역차별을 주장할 때, 주장에 앞서 먼저 ‘내가 남자라서 가정에서, 학교에서, 사회에서 특혜를 받아온 건 없었는가?’라는 의문을 가져야합니다. 저는 있습니다. 특혜의 존재만큼 역차별을 주장하는 목소리의 타당함은 줄어듭니다.
다만, 구성원들이 한정된 사회적 자원을 나눠 갖는 영역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영역에서는 여권이 신장되는 결과로 남성의 몫이 축소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기존의 현실에서 남성이 차지했던 몫에 특혜가 반영돼 있다면 이는 교정되어야 할 대상입니다. 나아가, 사회가 여권을 신장하는 과정에서 도입한 제도가 여성에게 특혜를 부여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제도는 여성이 받아온 차별과 불이익을 시정하기 위한 과정의 수단일 수 있습니다. 페미니즘 전반을 가리키며 남성에 대한 역차별을 주장하는 건 침소봉대에 지나지 않습니다.
페미니즘을 통해 남성들이 짊어지고 있던 무게가 드러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병역 의무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선 남성들이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고 공론화해야 합니다. 문제의 올바른 제기 방향은 여성들을 향해서가 아니라 국가를 향해서입니다. 군 복무의 의무는 국가가 부여했기 때문입니다.

Q. 페미니즘에 대해 불편해 하거나 여성 혐오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아직 페미니즘을 두루 알지 못하고 옅은 반감이 있는 사람에게는 더 나은 설명과 설득이 그들과 공감하기 위해 필요할 듯합니다. 그러나 알려고도 하지 않거나 여성 혐오적인 태도를 지닌 사람들에게 다른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에게 변화를 촉구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방향은 그들에게 대항하여 더 큰 목소리를 내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의 혐오를 비판하고 그들의 행동에 제한을 가하는 실천들이 필요합니다.
본인이 페미니즘에 반대하는 이유가 혹시 페미니즘에서 나온 주장이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은 아닌지 살펴봤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의 개인적이고 작은 경험만으로 다른 누군가의 현실에 근거한 얘기들을 폄하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반대를 하더라도, 경험적 사실에 대해 인정할 건 인정하고 그 위에 타당한 주장을 했으면 합니다.

Q. 성차별을 없애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A. 꾸준한 문제제기와 공감, 나아가 연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남성인 제가 여성 차별을 없애기 위한 노력에 대해 제대로 답하기는 어려울 거 같습니다. 다만, 차별과 폭력을 막는 일은 성별을 넘어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함께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사건에 따라 남성이 피해자인 경우도 있습니다. 여성과 마찬가지로 남성 또한 남성성을 보존해야 한다고 믿어서 자신의 문제를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곤 합니다. 여전히 한국 사회에는 성별에 따라 ‘정상’으로 규정된 역할을 개인에게 요구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편견에 찌든 시선들을 일상에서부터 사회 전반에 이르기까지 걷어낼 수 있는 방안을 함께 고민하고 실천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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