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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진정한 민주사회 위한 ‘을’들의 반란”피해자뿐 아니라 목격자도 고통 겪어 인간 존엄 지키려면 타인 희생시켜선 안 돼
지동현 기자  |  shwant06@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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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3.03  12: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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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피해 사실을 고백하는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사회 전체를 강타하고 있다. 미투 운동은 법조계에서 시작해 문화예술계로 번지더니 대학가와 종교계 등 사실상 사회 전 분야를 휩쓸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새로운 가해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미투 운동으로 한국 사회의 민낯이 오롯이 드러난 것이다.

미투 운동의 핵심은 권력형 성폭력이다. 권력을 가진 남성은 상대적으로 낮은 위치에 있는 여성에게 폭력을 가하고 억압했다. 이는 한국 사회 여성의 취약한 사회적 지위를 방증하기도 한다. 여성들은 이제야 안전하게 살고 싶다는 당연한 욕구이자 권리를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게 됐다. 하나둘 늘어나는 용기 있는 여성들의 고백에 오랜 시간 억눌러왔던 수많은 여성들의 목소리도 점점 커질 수 있었다.

신경아 한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그동안 여성들이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이유에 대해 위계질서와 생존의 문제를 꼽았다. 신 교수는 “성범죄가 수직적 상하관계에서 발생해 권력 있는 사람이 피해자를 힘으로 내리눌렀고 여성들이 문제제기 했을 때 일자리를 잃을 수 있는 생존의 문제가 달려 있기 때문에 피해 사실을 말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에는 여성들이 직장을 다니다 결혼하면 그만뒀지만 점차 여성들이 사회에 많이 진출하고 이제는 일을 하면서 성취감을 얻는 것이 삶의 목표나 가치관이 됐다”며 “이런 과정에서 직장 내 성폭력을 당하는 여성들이 더욱 견디기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오랜 시간 누적됐던 여성들의 분노가 여성이 점차 사회에 진출하게 되면서 마침내 폭발했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한국에서의 미투 운동이 진정한 민주주의가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했다. 그는 촛불 혁명이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을 담은 것처럼 미투 운동이 “진정한 민주사회를 위한 ‘을’들의 반란”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표적인 ‘을’ 집단인 여성들이 그동안 참아왔던 성폭력 문제를 제기했고 이는 ‘민주사회가 무엇인가’에 대한 여성들의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 교수는 “민주주의에 법과 제도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일상의 민주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상의 민주화’를 “인간관계에서 존엄과 권리를 보장받고 존중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배우 김여진이 “제가 아는 한국 여성의 90% 이상이 성희롱, 성추행 경험이 있다”고 말한 것을 언급하며 “그 말이 맞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통계를 낸 것이 아니니 90%라고 딱 잘라 말할 순 없지만 저를 포함한 제 주변의 수많은 여성들도 작게는 성희롱부터 시작해 크고 작은 성폭력을 당한다”고 말했다. 또한 “직접적인 성폭력 피해자도 고통스럽지만 많은 연구들을 보면 주변의 목격자들, 목격하고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도 고통을 겪는다”고 말했다. 직접적 피해뿐만 아니라 간접적 피해까지 포함하면 셀 수 없이 많은 이들이 권력형 성폭력 피해를 당한다는 것이다.

미투 운동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압도적이지만 신 교수는 이를 계기로 한 일각의 남녀 성별 대립 움직임에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신 교수는 미투 운동을 “성별의 문제로 봐선 안 된다”며 “미투 운동은 ‘을’의 위치에 있던 사람들이 억눌러왔던 고통을 드러내는 과정이다. 남녀 대립이 아니라 권력을 가진 이들의 성적인 폭력·착취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또한 “피해자가 과도하게 노출되는 등 가해자에게 가야 할 관심이 피해자에게 맞춰진다거나 가해자 측에서 피해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등 피해자에게 굉장히 무거운 ‘2차 가해’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은 피해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피해자에 공감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학생들이 현실 속에서 미투 운동을 지켜나가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신 교수는 “인간의 존엄함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지키려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존엄함이란 타인을 나의 이익을 위해 이용해선 안 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적인 욕망을 위해 타인을 희생시키는 게 인간의 존엄함을 해친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또 “만약 성폭력이라고 의심되는 상황이 나오면 깊이 생각할 것 없이 그 순간 중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성폭력이 발생했을 때도 숨기려고 하지 말고 교내 상담창구나 학과 교수를 찾아가 사실을 알려 학생을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이용하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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