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인 봉사활동 진단

5대 스펙(학벌, 학점, 토익, 어학연수, 자격증)에 이어 봉사, 인턴, 수상경력이 추가된 8대 스펙까지 생겨났다. 경쟁사회에 신물을 느끼는 요즘 시대에 봉사가 인성을 판단하는 요소 로 자리 잡았다. 기업의 이런 개념 때문인지 학생들의 봉사활동에 진정한 의미는 변질 된 채 과열 되고 있다.

자발성과 진정성 가진 봉사 필요해

구인·구직 포털 ‘알바몬’이 대학생 1,267명을 대상으로 봉사활동 관련 설문조사 결과, 74%가 봉사활동을 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그 계기로는 ‘친구, 동아리, 학교 등에서의 단체 활동’이 30.8%로 1위를 기록했다. 이어 ‘학점을 따는 데 필요해서’가 26.9%, ‘취업에 도움이 될 것 같아 경력의 하나로’가 8.9%를 차지했다. 설문에 응한 대학생 67%가 비자발적인 이유로 봉사활동을 한 것이다. 윤소정(방송통신ㆍ2년) 씨는 “봉사점수를 채우기 위해 활동을 해봤지만, 장기적인 봉사활동은 해보지 않았다”며 “봉사를 하고 싶지만, 마음과는 달리 막상 닥치면 시간 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자발적으로 참가하는 ‘봉사활동이 주는 행복, 보람이 좋아서(21.3%)’ ‘평소 봉사활동이나 불우이웃에 관심이 많아서(10.9%)’ 등의 이유는 30%를 조금 넘는 수치를 보였다.

우리 대학 취업지원센터 박찬준 팀장은 “기업이 봉사활동 가산점을 보는 제도를 갖췄다면 직접적인 도움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봉사 활동으로 인해 이론적인 측면이 아닌 서로 어울리며 보고, 듣고, 느끼기 때문에 개인의 의식이 전환되고 시야가 넓어질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박 팀장은 “봉사경험을 자기소개서에 경험담으로 녹여 드러낼 경우 실천력,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 등을 인정받아 좋은 평가를 얻을 수 있다”면서 “스펙용으로 하는 봉사는 기업의 눈에 띄게 마련”이라고 전했다. 또 “1, 2회 단발성으로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성을 가지고, 꾸준하게 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학기 연수비용과 맞먹는 해외봉사

해외봉사활동은 해외경험과 봉사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프로그램이다. 대표적인 해외봉사활동으로는 현대자동차 후원의 ‘해피무브’, 국제워크캠프기구, G마켓의 ‘GLOVE’, SK그룹의 ‘SK Sunny’, 신한카드 ‘아름인 해외봉사단’, 스탠다드차타드은행 ‘아이캠프 원정대’, 밀레윙즈, 인천공항 해외봉사단 등이 있다. 기업에서 항공료 등을 지원해 줄 경우는 금전적인 부담도 적어 학생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참가 학생들이 봉사의 기회가 아니라 해외 문화체험 또는 어학연수의 기회로 이용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대기업이 운영하는 봉사단의 모집 경쟁률은 매우 높아 학생들이 발을 디디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대기업 해외봉사에 선발되려면 일련의 서류과정과 면접을 통과해야 하므로 스펙을 위한 스펙까지 다시 챙겨야 할 정도다. ‘해피무브’의 경우 경쟁률은 낮으면 20대1 높으면 40대1까지 치솟는다. ‘SK Sunny’도 마찬가지다. 2003년부터 운영 중인 이 자원봉사단은 매해 10대1 이상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다. 이 경쟁률을 뚫지 못한 학생들은 유료 해외 봉사로 눈을 돌린다. 유료 해외 봉사는 적게는 몇십만 원부터 많게는 몇백만 원까지의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 이는 스펙을 위한 사회적 비용증가에 일조한다. 대학생 A씨는 “무료해외 봉사 활동에 떨어져 다른 봉사를 알아봤는데, 그 비용을 상상을 초월했다”며 “가정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저로서는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해외 봉사가 스펙의 필수적인 요소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면서 대학생과 가계에 부담을 주고 있다. 해외봉사 활동은 누군가를 돕겠다는 진정한 의미의 봉사활동의 기본 취지를 벗어나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봉사로 변질 됐다.

학생들 봉사활동 돕는 ‘한림봉사센터’

우리 대학은 한림봉사센터(센터)를 운영해 학생들이 좀 더 쉽게 봉사 프로그램에 참여 할 수 있게 돕고 있다. 센터에서는 지난해 연탄 나눔 봉사, 장애인 캠퍼스투어, 춘천 저소득층 가정 대상 문화체험 활동 등을 열어 학생들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또 매년 월초에 봉사활동 많이 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우수봉사 선발대회가 열려 수상한 학생들에게는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학생지원팀 서경석 대리는 센터 봉사프로그램의 학생 참여율에 대해 “참여율을 5로 생각했을 때 우리 대학 학생들의 참여율은 3.5 정도”라며 “보통보다는 높은 수준이지만 아주 높은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또 서 대리는 봉사활동을 하는 학생들에 대해 “스펙 때문이나 학과에 도움이 돼서 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봉사활동을 하는 대부분의 학생은 어렵게 사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많고, 봉사에 대한 기본적인 마인드와 목적을 가지고 활동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센터는 단순히 학생들의 봉사활동 참여를 연계하고 독려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센터의 봉사 프로그램과 참여율을 안정시키고 학생들의 참된 봉사활동을 유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먼저 학생들이 봉사를 취업에 도구로만 사용하지 않도록 봉사의 참된 의미와 소양을 가르쳐야 할 것이다. 더불어 체계적이고, 효과성이 높은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인력들을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의 욕구, 수준, 관점을 바탕으로 커리큘럼을 개발해야 하며, 봉사 후에는 결과를 함께 점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