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날 낭독된 선고문에서 헌법재판소는 “피청구인의 위헌·위법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행위이며,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라고 결론내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 안창호 재판관은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질서를 수호하는 문제”라고 보충의견을 냈을 만큼, 헌법재판소는 박 전 대통령의 파면이 정치적 폐습 청산을 위함이라고 본 것이다.

이날 헌법재판소의 선고 이후 촛불 집회 측에서는 감격의 탄성이, 태극기 집회 측에서는 탄식과 통곡이 이어졌다. 태극기 집회 주최진과 참가자들은 헌재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고 말 그대로 ‘폭동’을 일으켰다. 태극기 집회 주최 측은 연단에 올라 돌격을 외치며 버스탈취, 폭행 등의 소요를 일으켰고 이 과정에서 2명의 태극기 집회 참가자가 사망하고 2명이 중상을 입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하지만 어찌됐건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박 대통령의 파면을 가져왔고, 청와대에서 퇴거하지 않고 버티던 박 전 대통령은 결국 13일 저녁 7시 삼성동 자택으로 이동했다. 이날 박 전 대통령은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을 통해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습니다”고 헌재 결정에 불복종 하는 논조의 말을 남기고 칩거에 들어갔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되고 자연인신분이 되며 대통령이 가지고 있던 ‘불체포특권’이 사라짐에 따라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의 수사를 위해 출국금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노동당은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를 무단 점거했다고 고발하기도 했고, 한 동물단체는 박 전 대통령이 삼성동 자택으로 이동하며 청와대에 두고 간 진돗개 9마리를 유기했다고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로써 최순실게이트의 핵심인물인 박 전 대통령은 지금까지 불체포특권을 주장하며 피하던 피고인 신분 소환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탄핵이 인용됨에 따라 조기 대선이 확정돼 ‘장미 대선’이 치러지게 됐다.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된 3월 10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선거를 치러야 하는 규정에 따라 5월 9일에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질 예정이다. 이에 따라 대권주자들의 움직임 또한 바빠졌는데, 지난 15일 여권의 대선 후보로 강한 지지를 얻고 있던 황교안 권한대행이 불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여권 대선구도에 큰 파장을 가져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