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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의 이름을 빌린 악의(惡意)의 꽃, ‘페이크 뉴스’
김동운 부장기자  |  chobits3095@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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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3.25  09:3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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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최순실게이트’로 인해 한반도가 한바탕 뒤집힌 뒤, 검증되지 않은 정보들이 무더기로 쏟아졌다. 어떤 정보는 ‘카더라’ 정도로 그치곤 했지만, 언론의 이름을 빌려 각종 루머를 진실처럼 꾸며내는 교묘한 거짓말들이 있다. 바로 ‘페이크 뉴스’(Fake News)다. 사실을 왜곡하고 진실을 외면하게 만드는 악질적인 페이크 뉴스에 대해 본지가 다뤄본다.

 

탈(脫) 진실의 시대, 페이크 뉴스는 무엇인가
가장 권위 있는 사전을 만드는 곳 중 하나인 ‘옥스퍼드 사전’은 매 년마다 ‘올 해의 단어’를 선정하는데, 2016년에는 올 해의 단어를 ‘포스트 트루스(post-truth)’, 진실이 중요하지 않은 시대라고 꼬집었다. 이 단어는 특히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나 지난 미국 대통령 선거 시기에서 널리 쓰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우리나라에서는 박근혜-최순실게이트가 페이크 뉴스 생산의 온상지로 꼽혔다. 탈진실의 시대가 시작된 것을 반증하기라도 하듯 ‘페이크 뉴스’가 사회적 논란으로 함께 떠오른 셈이다. 페이크 뉴스는 사실 최근에 새롭게 생겨난 사회적 현상이 아니다. 페이크 뉴스는 언론의 오보에서부터 인터넷 루머까지 넓은 범위 안에서 혼란스럽게 사용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페이크 뉴스에 대한 확실한 학문적 정의가 내려지지 않은 상황에선 페이크 뉴스라는 개념이 오히려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는 뉴스들에 대한 비방의 용도로 사용될 ‘만능의 단어’로 오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지난 2월 14일 한국언론학회와 한국언론진흥재단은 ‘가짜 뉴스 개념과 대응방안’이란 세미나를 열어 페이크 뉴스에 대해 ‘정치ㆍ경제적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언론보도의 형식을 하고 유포된 거짓 정보’라고 정의 내렸다. 이는 흔히 ‘황색 언론’이라 불리는 언론매체와는 확실히 대비된다. 기존의 황색언론과의 차이점이라면, 황색언론은 취재 기자나 편집부 등 언론사로서의 형식적인 조직 및 성격은 갖추고 있는 반면, 페이크 뉴스는 처음부터 언론과 무관한 개인이나 단체가 조작해 기사의 형식만을 기존 언론의 성격으로 위장한 채 유포하고 있는 것이다. 언론의 형태를 갖춘 페이크 뉴스는 언론에 대한 신뢰를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일반 시민들에게 ‘썰’로 인식되고 넘어갈 ‘찌라시’와는 달리 무비판적으로 수용되는 것이 큰 문제로 꼽힌다.

 

페이크 뉴스, 무엇이 문제인가
페이크 뉴스의 역사는 인류 커뮤니케이션의 역사만큼이나 길다. 역사를 조금만 들여다보면 페이크 뉴스가 무수히 많았음을 알 수 있다. 페이크 뉴스가 가진 악의는 1923년 관동대지진이 났을 때 일본 내무성이 조선인에 대해 악의적으로 허위 정보를 퍼뜨려 학살로 이어진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페이크 뉴스는 역사 속에서 늘 반복됐지만 전 세계적으로 열병처럼 퍼진 최근의 페이크 뉴스는 기존의 페이크 뉴스와는 달리 더욱 치밀해졌는데, 바로 미디어 플랫폼과의 결합 때문이다. 지금의 페이크 뉴스는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 대중들이 익숙하게 사용하는 메신저에 들어가 ‘정식 기사’로 둔갑한다. 이는 SNS의 확산ㆍ전달력과 함께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SNS가 가진 고유의 파급력은 혐오와 차별, 극단적 주장을 담고 있는 페이크 뉴스들을 확대 재생산하는 데 기여한 셈이다.

그렇다면 조금이라도 교차검증을 할 시 명백히 거짓으로 드러나는 페이크 뉴스들이 이렇게 무차별적으로 확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주류 미디어에 대한 불신과 자신의 주장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은 정보는 무시하는 경향을 뜻하는 ‘정보 편향’이 동시에 작용했다고 분석된다. 안명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인터넷보도심의위원회 심의팀장은 “기성 언론의 신뢰도가 낮아지는 사회적 환경이 가짜뉴스의 확산을 불러왔다”고 진단한 바 있다. 이에 더해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홍수처럼 넘쳐나는 현대사회에서 주목의 양은 한정적인 데 비해 정보는 너무 많기 때문에 자신과 유사한 의견을 보여주는 뉴스를 선택하는 정보 편향이 함께 작용돼 페이크 뉴스가 자라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빠르게 퍼져나가는 페이크 뉴스들은 진실을 왜곡시키고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우리는 거짓이 사실을 압도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진실이 중요하지 않은 시대라고 이름 붙여진 2016년이 지났고 2017년이 왔다. 대선을 앞둔 우리나라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중심으로 페이크 뉴스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단속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이 명확하다. 정보를 소비하는 대중들이 정보 편향 속에서 외면했던 ‘불편한 진실’을 받아들이는 자정작용을 해야 할 시기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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