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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따끔한 충고와 응원을 보내준 고구마에게…'제25회 한림문학상' 시부문 수상자 수상 소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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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 소감을 쓰려니 왠지 모를 부끄러움이 손 끝 언저리부터 엄습해옵니다. 더불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까 걱정도 됩니다. 저는 국문학과 학생도 아니거니와 제대로 된 작문 교육을 받은 적도 없는, 딱딱한 법조문만 달달 외우고 해석하던 법학과 학생입니다. 고작해야 소싯적 상 몇 번 타본 게 전부였습니다. 아직도 어떻게 나 같은 사람이 한림문학상의 주인공이 됐는지 쑥스럽기 그지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 시를 쓸 때 그러했듯이 진심을 담고 싶었던 제 목소리와 마음이 이 시를 읽은 이에게도 전해졌기 때문이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이 시를 쓰고 친구에게 보여주었을 때 이게 시냐며 되묻던 말이 생각납니다. 다소 긴 시 속의 내용은 모두 제가 실제로 겪고 느꼈던 일입니다. 저는 청년실업의 숫자가 기하학적으로 늘어나고 사막 같은 사회와 바늘구멍인 취업 현실 앞에서 얼마나 좌절하고 속상했는지 모릅니다. 사람의 ‘진짜’를 보기보다 그 사람이 입은 옷의 상표만 겉핥는 것이 현실이었습니다. 나는 열정으로 가득 찬 사람이고, 충분히 능력 있는 사람이라 자부함에도 나를 몰라주는 현실을 탓하고, 색안경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사회라며 억울해했던 게 제 자화상이었습니다.
그러던 제게 따끔한 충고와 응원을 보낸 것은 우습게도 오래 된 고구마 하나였습니다. 저 역시 고구마의 겉만 보고 ‘쓸모나 있을까 맛이나 있을까’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삶아진 고구마 안을 보는 순간 나 역시 갖고 있던 나의 색안경과, 날 위해 둘러댔던 핑계들을 알게 됐습니다. 그 때 깨달았습니다. 지금은 비록 바깥세상이 나를 몰라줄지라도 내 안의 성숙, 발전된 나 자신이 있다면 언제든, 누구든 나를 알아줄 수밖에 없단 것을. 수증기가 모여 구름이 되고, 구름이 모여 비가 되고, 그 비가 목마른 세상을 적시듯 말입니다. 고구마가 준 뜻 깊은 교훈을 나 뿐 아니라 역량 있는 우리 한림인에게도 전할 수 있게 돼 기쁩니다.
마지막으로 뱃속엔 이미 없을 테지만 나의 생각과 배고픔의 양식이 돼 준, 꿀 맛 같던 고구마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마감일까지 성심성의껏 도와준 나의 언니와 박준영 군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더 이상 어리석은 옛날의 ‘나’가 생기지 않길 바라며, 서투른 제 시가 스펙트럼이 돼 이 시를 읽는 모두에게 희망찬 날들이 가득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김지현(법학·4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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