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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의 인문학] 결혼과 죽음 상징하는 모순의 흰색 흰 웨딩드레스는 19세기부터 유행동물도 하얄수록 신성한 대접 받아 흰비둘기, 흰코끼리, 백호, 두루미 등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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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8.31  12: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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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 1: 빛의 3원색은?
  답 1: RGB, 즉 빨강(Red), 초록(Green),
         그리고 파랑(Blue)입니다.
  문 2: 그렇다면 RGB를 한데 합친 색은?
  답 2: 흰색입니다.

 

각각 빨간색과 초록색, 그리고 파란색 빛이 나는 손전등 세개를 한 곳에 비칠 경우, 우리 눈에 나타나는 빛의 색깔은 흰색이다. 하지만, 빛의 수많은 광선들이 피사체로부터 모두 반사돼도 우리 눈에 나타나는 피사체의 표면 색깔은 흰색이다. 말하자면 모든 빛이 피사체로부터 반사가 돼야 희게 보이는 빛이 상황에 따라서는 빨강, 파랑, 초록의 세 가지 광선을 한데 합쳐야 흰색을 보여주는 반대의 성질을 지닌다는 것이다.

그런 흰색의 모순적인 속성을 인간 사회에서 잘 나타내는 것이 이른바 결혼식과 장례식이다. 새로운 가족의 탄생을 위한 인륜지대사가 결혼식이라면 한 생명의 죽음에 사회적 종지부를 찍는 장례식 또한 인륜지대사인데 두 의식 모두에서 흰색이 지니는 의미가 심대하기 때문이다.

   
▲ 사진 설명 카톨릭에서도 흰색은 가장 성스러운 색이다. 사진은 흰색 법복과 법모를 쓰고 있는 교황 프란시스코 교황이 중미를 방문했을 때 에콰도르 정부에서 발행한 기념 우표. (출처: 위키피디아 커먼스)

먼저, 결혼식의 경우 새로운 가정의 탄생을 축복하는 색은 단연 신부가 입는 흰색 웨딩드레스이다. 신부의 순결과 청순, 행복과 우아함을 한꺼번에 표상하는 흰색은 한 가족의 창창한 앞날을 기원하는 성스러운 색이다. 이러한 신화는 특히 서구권에서 폭넓게 받아들여져 흰색 이외의 웨딩드레스는 좀처럼 상상하기가 어렵다. 물론 신부가 들고 있는 꽃도 마찬가지다. 이와 함께 신부 곁에서 신부를 보조하는 화동들 역시, 심심찮게 흰옷으로 아기 천사의 분위기를 연출하곤 한다.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도 전통적인 결혼식에서 신부는 새로운 가정에 바칠 순결을 상징하는 흰색 기모노를 입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문헌이 고증하는 흰색 웨딩드레스의 전통이 그다지 오래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컬러 인문학」을 쓴 개빈 에번스에 따르면 중세 유럽의 경우, 웨딩드레스가 흰색인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때 타기가 쉬워 관리가 어려웠던 까닭에서다. 오히려 부자와 귀족들은 빨간 색과 같은 화려한 색을 선호했으며 금실과 은실을 섞어 짠 비단에 수를 놓은 웨딩드레스도 선보였다. 그러다가 1840년에 독일계 외사촌과 결혼한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이 대담하게 흰색 웨딩드레스를 선택하면서 이후, 흰색 웨딩드레스는 이를 따르려는 영국 귀족들을 중심으로 서서히 유럽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당시, 빅토리아 여왕은 자신이 손수 짠 레이스를 자랑하려 흰색 웨딩드레스를 선택했으며 이 같은 결정은 화려한 색깔의 웨딩드레스가 대세였던 영국과 유럽의 결혼 문화에서 일대 파란을 일으켰다. 이후, 오랜 세월에 걸쳐 서민층에서도 흰색 웨딩드레스를 받아들임으로써 서구 문화의 영향을 받은 국가에서도 흰색 웨딩드레스는 신부의 의상으로 굳어지게 됐다.

그런 순결과 신성, 고귀함과 우아미는 인간 사회를 벗어나 동물 세계로도 확장돼 왔다. 먼저 구약과 신약 성서만 보더라도 흰 비둘기가 자주 나타나며 인도에서는 각종 신화와 설화에서 흰 코끼리가 심심찮게 등장한다. 마찬가지로 동북아시아에서는 흰 호랑이가, 아프리카에서는 흰 코뿔소가 성스러운 동물로 여겨지며 백로와 두루미 같은 흰새들도 귀한 대접을 받는다. 흔치 않은 예외라면 소설 속의 흰색 동물이 악역으로 등장하는 정도를 꼽아볼 수 있다. 허먼 멜빌의 유명한 소설, 「백경」에 나오는 흰 고래 모디딕말이다. 소설에서는 모디딕에게 한쪽 다리를 잃은 포경선 선장, 에이햅이 복수심에 불타 목숨을 걸고 모디딕을 좇다가 비극적인 생을 마감한다.

한편, 순결과 청순, 기쁨과 우아함을 의미하는 흰색이 죽음에 있어서도 이생에서의 이별과 저승에서의 안녕을 기원하는 의미로 사용된다. 기록을 찾아보니 서구의 경우는 이미 로마 시대부터 로마인들이 장례식에서 흰옷을 입었다고 한다. 더불어 인도의 힌두교도들은 지금도 장례식에서 흰색 옷을 입으며 오래된 전통에서는 미망인들이 남은 생애를 줄곧 흰색만 입어야 한다. 그러고 보면, 우리도 조선 시대에는 부모님의 상을 맞이해 흰 상복을 3년이나 입었다. 비단 부모상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스승상을 당한 제자 역시, 3년간 흰 상복을 입고 스승의 죽음을 슬퍼했다. 그런 의식은 제사까지 연장돼 조상에 대한 예를 갖추기 위해 반드시 흰색으로 깔끔하게 옷 매무새를 가다듬어야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제사상에 올라가는 떡도 흰 색깔이어야 했으며 밥은 물론, 술도 모두 희고 투명해야 했다. 해서, 조선 시대의 조상님들이 작금의 울긋불긋한 제사상을 보면 어떤 생각을 하실지 자못 궁금해진다. 한편, 장례식에 있어서는 주빈들만 흰옷을 입는 것이 아니었으며 시신 역시, 죽을 때는 흰색 수의를 입고 저승에 갔다. 그런 이유로 고대 이집트의 미라도 흰 붕대에 칭칭 감긴 채 관으로 들어갔다.

사실, 흰색은 자연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색이 아니다. 그런 흰색을 가장 주변에서 어렵잖게 찾아볼 수 있는 매개가 눈과 우유다. 하지만 눈이 내리는 곳을 제외하면 흰 눈 역시, 수많은 나라에서는 구경조차 하기 힘들며 우유 또한 목축업을 행하는 곳이 아니라면 예전에는 접하기가 힘든 음식이었다. 그런 까닭에 옛날에는 자연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흰색의 희소성이 매우 높았다.

그럼 다음 시간에는 그런 흰색에 대한 우리 민족의 유별난 사랑과 함께 흰색을 둘러싼 여러 나라의 연관 언어들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심훈 미디어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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