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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의 인문학] 국가에서부터 산업은 물론, 스포츠까지 지배하는 색라틴어 어원은 피부 색, 한자 어원은 얼굴 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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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8.24  16:2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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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색의 전성시대다. 음식은 물론이거니와 거리와 스크린, 스마트 폰과 집 안팎이 온통 강렬하고 화려한 색들도 넘쳐난다. 해서, 이번 학기에는 평소 색에 관심이 많았다는 심훈 교수의 도움을 받아 색을 둘러싼 가을 여행을 떠나 보고자 한다. 이름 하여 ‘심훈 교수의 색깔 인문학’이다. 다음은 그 첫 번째 이야기. <편집자 주>

   
 

색깔이 중요하지 않은 시절이 있었다. 아니,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흰색과 검은색, 그리고 회색이 모든 색을 대표하던 시절이 있었다. 컬러 TV가 도입되기 이전인 흑백 TV 시절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1980년 12월, 국내에서 컬러 TV가 처음으로 방송되면서 우리들의 눈에선 흑백 이미지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돌이켜 보면, 인류에게 있어 색깔은 삶을 윤택하고 원활하게 할 뿐만 아니라 때론 생명까지 담보하는 중요 매개물로 작용해 왔다. 모르긴 해도, 현대 사회에서 전세계를 통틀어 가장 중요한 색은 교통 신호등 속의 삼원색일 것이다. 생명을 보장하는 초록색과 일신상의 위험을 알리는 빨간색, 그리고 빨간색에 앞서 미리 경고하는 노란색 말이다. 그러한 삼원색이 다른 일상으로 옮겨가면 빨간색은 소방차를, 노란색은 원자력을, 초록색은 환경을 의미하기도 한다. 또 색이 병원으로 들어가면 의사복과 수술복을 구별 지으며 축구장에 도입되면 선수들을 징계하고 좇아내는 역할을 맡게 된다.

그런 색깔은 또한 나라를 상징하는 국기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특정 이미지가 사용된 국기도 간혹 있긴 하지만, 많은 경우, 명도가 높은 소수의 색들이 국기를 빼곡하게 물들이는 까닭에서다. 특히 세 가지의 색깔로 자유와 평등, 박애와 해방 등을 자주 표현하는 유럽에서는 빨강, 파랑, 하양, 노량, 검정 등이 국기를 삼등분해 염색한다. 이러한 양식은 비단 현대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국기가 없던 고대와 중세 시절 역시, 색은 왕조를 대변하는 상징이었다.

중국의 경우에는 고대에 왕마다 하늘로부터 받는 덕의 차이가 있다고 여겨 왕들이 입는 옷 색깔도 달랐다.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나라는 물의 덕인 수덕(水德)을 받아 검은 색을 숭상했고, 한나라는 불의 덕인 화덕(火德)을 입었다고 여겨 붉은 색을 받들었다. 이와 함께, 한국에서는 조선 시대 이후로 흰색을 높이 숭상했으며 일본은 그들의 독특한 입맛을 반영하듯 고대부터 보라색을 대단히 귀하게 여겼다.

색에 대한 인류의 관심은 특히, 20세기 들어 더욱 세분화, 정밀화되면서 급기야는 1967년에 국제색채학회가 창립돼 색에 관한 연구와 토론, 정보 교환을 활발히 수행하고 있다. 그런 국제색채학회는 4년마다 개최돼 색의 올림픽을 지향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한국색채학회가 있으며 한국색채연구소도 지니고 있다.

 어원을 찾아보니 영어 ‘컬러’(color)의 경우에는 라틴어 ‘콜로르’(color)에 뿌리를 두고 있단다. 라틴어 ‘콜로르’는 ‘표면’을 뜻하는데 이 말이 처음엔 피부색을 의미하다 좀 더 넓은 의미의 색깔로 바뀌었다. 동한(東漢) 시대의 허신(許愼)이 펴낸 「설문해자(說文解字)」에 따르면, 한자어 색(色)은 본래 안색(顔色), 즉 얼굴색을 뜻했다고 한다. 청나라의 단옥재(段玉裁)도 같은 맥락에서 사람의 심기가 미간에 전달된 것이 한자어, 색의 기원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그렇게 볼 때 피부냐 얼굴이냐에 따라 조금 차이가 있지만 동양과 서양에서 관심을 지녔던 색은 바로 인종을 의미하는 피부색과 기분을 나타내는 얼굴색으로 인식할 수 있다. 참고로 우리말 ‘색깔’은 한자어 ‘색’에 상태 또는 바탕을 의미하는 접미사 ‘깔’이 달라붙은 만들어진 파생어이다. 더불어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진 단어로는 맛깔, 빛깔, 때깔, 성깔 등이 있다. 한편, 일본어로 색은 ‘이로’(いろ)라고 발음하는데 당초 이 단어는 ‘형’(이로세)이나 ‘누나’(이로네)의 고대어와 같이 혈연 관계를 의미했다고 한다. 이후 여성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으로 의미가 전용되었다가 더욱 폭넓게 아름다움을 뜻하게 되었고 마침내 색깔의 의미를 지니게 됐다.

한편, 색을 표현하는 방식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우리가 익히 아는 ‘자연 언어’로서 빨강, 파랑, 노랑, 초록 등과 같이 각각의 색깔에 고유 언어를 부여하는 방식이 그것이다. 두 번째는 ‘인공 언어’인데 대표적으로 ‘먼셀 기호’라는 것이 있다. 참고로, 먼셀은 미국의 화가이자 색채연구가였는데 1905년에 자신의 이름을 딴 표색계를 발표함으로서 시각 디자인과 산업 디자인에서 자신의 이름을 영원히 남긴 인물이다.

지금 산업계에서 폭넓게 사용하는 먼셀 표색계는 미국 광학회에서 개량한 것으로 빨강(R), 노랑(Y), 초록(G), 파랑(B), 보라(P)의 5가지 주요 색상을 근간으로 명도와 채도에 해당하는 숫자를 붙여 R 3/10과 같은 방식으로 기호를 만든다. 여기에서 R은 Red의 약어로이기에 R 3/10은 명도 3, 채도 10의 정도를 지닌 빨강을 의미한다. 그렇다고 빨강이 R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다. 5R, 10R, 5YR, 10YR 등과 같이 색의 순수함이나 다른 색과의 혼합에 따라 앞뒤에 다양한 숫자와 알파벳이 붙기 때문이다. 더불어 명도와 채도 역시, 색깔에 따라 숫자들의 범위가 조금씩 달라 적게는 7단계에서 많게는 16단계까지 그 폭에서 차이가 상당하다. 이에 따라 채도의 경우는 빨강, 노랑의 경우 16단계까지 나뉘지만, 어두운 색깔인 청보라와 초록은 7~8단계 정도로 채도가 간략하게 나뉘어져 있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드는 궁금증 하나. 과연 색에는 몇 종류나 있을까? 먼셀 색체계는 100개 색상을 전체 색상의 범위로 지니고 있지만, ‘ISCC-NBS’라는 색명 사전에는 무려 7,500여 개의 영어 색 이름이 수록돼 있다. 또, 와다산조(和田三造))라는 일본인이 발행한 ‘색명대사전’은 일본어를 포함해 약 2,000여 개의 색 이름이 수록돼 있다.

그럼, 다음 시간에는 색깔의 인문학에서 첫 번째 색을 장식할 주인공, 흰색을 둘러싼 여러 이야기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심훈 미디어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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