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교양
[색깔의 인문학] 서양 우화에선 악마의 색깔 상징하는 빨간색 중국인들에겐 죽도록 사랑하는 최애(最愛)템세뱃돈 봉투, 부적, 폭죽 등 모조리 빨간색 서양에선 빨간 모자, 빨간 구두 등 경계해
한림학보  |  news@hallym.ac.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9.10.05  10:31:02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문: 세상에서 붉은 색을 가장 사랑하는 국가는?

답: 중국입니다.

 

 

지구상에서 지표면으로는 6.7%, 인구로는 25%를 차지하는 거대한 나라, 중국. 그런 중국은 또한 빨간색을 가장 열렬히 사랑하는 ‘붉은 국가’이기도 하다. 중국인들의 적색 사랑이 어느 정도인지는 그들의 국기만 살펴보아도 단박에 알 수 있다. 붉은 색을 국기 한 가운데에 원으로 배치한 일본도 있지만 중국은 아예 국기 바탕이 붉은 색인 까닭에서다. 이름하여 오성홍기(五星紅旗)가 그것. 농민, 노동자, 소자산가, 민족자산가와 함께 공산당을 의미하는 별 다섯 개가 붉은 색 바탕 위에 있다는 의미에서다. 이 같은 적색 사랑은 공산당과의 전투에서 패배해 섬으로 쫓겨난 대만의 국기, 청천백일기(靑天白日旗)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역시, 붉은 바탕에 태양이 왼쪽 상단의 푸른 사각형 안에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이름만 놓고 보면 청천백일기라는 이름이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하지만 대만기의 정식 명칭이 청천백일만지홍기(靑天白日滿地紅旗)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자연스레 고개가 끄덕여진다.

   
 

해서, 중국에서는 우리나라의 설날에 해당하는 춘절(春節)이 다가오면 대륙 전체가 붉게 물든다. 거리는 온통 붉은 색 휘장과 문양, 홍등으로 장식되며 온갖 종류의 붉은 부적들이 건물과 자택을 칭칭 감싼다. 특히 ‘춘련’이라 불리는 부적은 붉은 바탕에 검은색 또는 황금색 먹으로 신년대길(新年大吉) 등의 사자성어를 써 넣음으로써 중국인들의 운수대통과 만사형통을 기원한다. 물론, 춘절 기간 내내 터뜨리는 폭죽의 외피 역시, 온통 빨간 색이다.

사실, 중국인의 빨강 사랑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중국을 처음으로 통일한 진시황이 말년에 꾼 꿈속에서는 자신의 앞에 떨어진 태양을 주우려고 푸른 옷을 입은 동자와 붉은 옷을 입은 동자가 나타나 진시황 앞에서 격투를 벌인다. 비록 완력에서 밀리기는 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붉은 옷의 동자는 결국, 태양을 가져가 버리고 이를 바라만 보던 진시황은 잠에서 깨어난다. 이후의 역사는 독자 여러분들도 잘 알 터, 진나라는 멸망하고 붉은 옷의 동자가 해를 가져간 한나라가 등장하니까. 그러고 보면, 중국의 음양오행설에 등장하는 다섯 가지 색 가운데 으뜸 색 또한 붉은 색이다. 불(火), 물(水), 쇠(金), 흙(土), 나무(木)의 5원소에서 가장 먼저 등장하는 원소가 불이요, 그 색이 붉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중국 공산당이 불가능해보이던 국민당과의 격차를 역전시키며 오히려 중국 대륙을 장악한 데는 공산당의 색깔이 붉은 색이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 필자의 B급 견해다. 실제로 중국의 인민해방군은 그 출발이 붉은 군대, 즉 ‘홍군(紅軍)’이었으며 마오쩌뚱이 잃어버린 권력을 탈환하기 위해 활용했던 악명 높은 청년 전위대 역시, 붉을 ‘홍(紅)’에 지킬 ‘위(衛)’를 사용한 ‘홍위병(紅衛兵)’이었다. 물론 마오쩌뚱 역시, 미국 신문 기자였던 에드가 스노우의 명저 「중국의 붉은 별」을 통해 그 자신이 ‘붉은 별’로 불렸지만. 그런 중국이기에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 이후에 등장한 중국의 기업가들은 ‘붉은 자본가’로 불린다. 지금은 은퇴한 ‘알리바바’의 마윈이나 ‘텐센트’의 마화텅, 그리고 포털 사이트 ‘바이두’의 리옌홍들이 그 대표적인 인물들이고. 해서, 붉은 색을 사랑하는 중국인들에게 러시아 공산당의 붉은 이데올로기가 처음으로 전파됐을 때, 그 효과가 얼마나 컸을지는 충분히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토록 귀하게 대접 받는 붉은 색이 유럽에서는 오랫동안 사악한 색으로 홀대 받아 왔다는 것이다. 중세 유럽에서는 악마가 종종 빨갛게 묘사됐으며 「요한 게시록」에는 ‘붉은 빛 짐승’에 대한 언급이 자주 나온다. 2004년에 개봉돼 세계적인 흥행을 거둔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헬보이’에서는 악마의 자식으로 설정된 주인공이 붉은 몸을 한 채 머리에 잘린 뿔을 달고 나온다. 2001년에 개봉해 세계적인 엄청난 돌풍을 일으킨 ‘반지의 제왕 1’편에서도 붉은 악마가 등장한다. 고대 악마 군단장인 ‘발록’이 그것으로, 발록은 붉은 눈과 붉은 입에서 불을 내뿜으며 화염 채찍을 휘두른 채, 모리아 동굴 속에서 주인공 프루도 일행의 전진을 방해한다.

사실, 서구권의 붉은 색 혐오는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유럽의 동화에 등장하는 수많은 이야기들은 빨간색의 위험성에 대해 끊임없이 경계하며 빨간색으로부터 멀어질 것을 경고하고 있다. 특히 그 대상이 여자일 경우에는 끔찍한 결말을 보여줌으로써 붉은 색이 갖는 위험성을 극도로 증폭시킨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빨간 모자.’ 비록, 나중에 되살아나기는 하지만 빨간 모자 아가씨는 빨간 모자를 쓴 채 할머니 병 문안을 나섰다가 늑대에게 잡아먹힌다. 이와 함께 안데르센의 ‘빨간 구두’에서는 부유한 노부인의 사려 깊은 경고를 무시하고 허영에 빠져 빨간 구두를 산 농부의 딸 카렌이 등장한다. 그녀는 구두를 신자마자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계속 춤을 출 수밖에 없다. 결국, 한 나무꾼에게 부탁해 구두가 단단히 달라붙은 발을 자르게 한 뒤 눈을 감는다. 마찬가지로 ‘오즈의 마법사’에서도 주인공 도로시는 빨간 마법의 구두를 신고 원치 않았던 긴 여행을 떠나게 된다. 참, 그러고 보니 ‘백설공주’에서는 마녀인 새 엄마가 할머니로 변장해 빨간 독사과를 백설공주에게 건넨다. 이 모두 서양에서 빨간색이 주는 마성(魔性)을 경계하고 있음은 두말 할 것도 없다.

그럼, 다음 시간에는 좀 더 다양한 빨간색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어느새 중간고사다. 모두들 중간고사 무사히 잘 치르기 바란다.

/심훈 미디어스쿨 교수

   
 

[관련기사]

[색깔의 인문학] 국가에서부터 산업은 물론, 스포츠까지 지배하는 색
[색깔의 인문학] 결혼과 죽음 상징하는 모순의 흰색 흰 웨딩드레스는 19세기부터 유행
[색깔의 인문학] 한민족의 흰옷 사랑은 기원전 부여 시대부터 시작 조선시대엔 몇 차례 흰옷 금지 시도했지만 늘 실패
[색깔의 인문학] 온갖 소리가 뒤섞이면 '백색 소음' 특정 음높이 유지하면 '칼라 소음'
[색깔의 인문학] 중국어로 ‘백화(白話)’는 일반 백성들의 언어 일본어 “재미있다”는 “얼굴이 하얗다”는 뜻
[색깔의 인문학] 이스라엘인들은 붉은 흙에서 인간 나왔다고 믿고 중국과 일본에서 신생아는 ‘빨간 아기’라고 불러
[색깔의 인문학] 스페인이 아즈텍 문명 멸망시키며 얻은 ‘연지벌레’ 1kg의 빨간 염료 가루 얻기 위해 10만마리 길러야
[색깔의 인문학] 자연에서 가장 얻기 힘든 희귀 색소, 파랑 정작 지구에선 가장 큰 캔버스 가득 채워
[색깔의 인문학] ‘아바타’와 ‘알라딘’ ‘스머프’와 ‘도라에몽’은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파란 피부 캐릭터
한림학보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인기기사
1
[보도] 창업가에게 듣는 창업 준비 길라잡이
2
[보도] 2학기 조기졸업 비대면 신청 진행
3
[보도] 복수전공ㆍ진로 결정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유앤아이생애설계’로
4
[보도] PC방ㆍ노래방 등 대학가 고위험시설, 방역수칙 준수 ‘양호’
5
[보도] 오는 23일까지 수강철회 및 대체재이수
6
[보도] 2020학년도 2학기 교내 정기토익 시행
7
[보도] 글로벌협력센터, 2021학년도 중국ㆍ대만 파견 교환학생 선발
8
[기획] 코로나19 속 학내 국제학생들, 그들은 지금 ···
9
[기획] 커리어디자인 학점 인증 교과 신설
10
[기획] ‘가상전시관에서 창업 아이디어를 펼쳐라!’
신문사소개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24252 강원도 춘천시 한림대학길 1 캠퍼스라이프센터 9-308호 한림학보사
제보 및 문의 : news@hallym.ac.kr / 033-248-287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선미(간사)
Copyright © 2005 한림학보. All rights reserved. news@hallym.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