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서 인류만큼이나 많은 종류의 캐릭터들 가운데 파란 피부나 파란 털 색깔을 지닌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런 파란 캐릭터들 가운데 가장 유명한 이들이 바로 ‘아바타’와 ‘지니’ ‘스머프’와 ‘도라에몽’이 아닐까 한다. 주지하다시피 2009년에 개봉돼 세계적으로 공전의 히트를 쳤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SF 영화 ‘아바타’에서는 에너지 고갈에 직면한 인류가 ‘판도라’라 불리는 행성에 도착해 파란 피부의 원주민 나비족과 조우한다. 고양이를 닮은 얼굴에 길고 팽팽하고 꼬리를 지닌 나비족은 키가 3m에 달하는 거인들로 온몸이 온통 파란 색으로 덮여 있는 원주민이다.

역시 금년 봄에 개봉해 마찬가지로 세계적인 흥행몰이에 성공한 가리 리치 감독의 ‘알라딘’에서도 매력이 철철 넘쳐 흐르는 램프의 요정 ‘지니’가 파란 색 피부로 분장한 채 등장한다. 아라비안 나이트를 모티브로 한 영화 ‘알라딘’에서는 자스민 공주 역의 나오미 스콧과 함께 윌 스미스가 빼어난 연기를 선보이며 그야말로 세계적인 스타로서의 명성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파란 피부의 캐릭터를 꼽자면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주인공이 바로 ‘개구쟁이 스머프’의 주인공인 스머프들이다. 작은 요정들에 해당하는 스머프들은 키가 30cm 안팎으로 파란 피부를 자랑하는 난장이들이다. 벨기에 국적으로 페요라는 원작자에 의해 창조된 스머프는 소년 만화 잡지에 여섯 명의 스머프들이 첫 등장한 이래, 서서히 인기의 폭을 끌어올리더니 급기야는 전세계적으로 가장 먼저 사랑받는 꼬마 요정들이 됐다. 만화 단행본은 물론, 애니메이션과 더불어 극장판 영화로까지 제작된 스머프는 ‘파파 스머프’ ‘스머페트’ ‘똘똘이’ ‘익살이’ ‘투덜이’ ‘허영이’ 등과 함께 악당 가가멜, 그리고 그의 애완묘 ‘아지라엘’이라는 유명한 캐릭터들을 탄생시켰다.

한편, 지난 1969년에 탄생해 올해 지천명(知天命)의 50살이 된 ‘도라에몽’은 일본의 유명 출판사인 ‘쇼가쿠칸(小学館)’에서 발행한 어린이 잡지의 단편 만화에서 시작되었다. ‘도라에몽’은 주인공의 손자가 미래에서 보내온 고양이 로봇으로 마치 영화, ‘터미네이터’에 플롯을 제공해 준 듯한 내용으로 이뤄져 있다. 차이가 있다면 ‘터미네이터’에서는 주인공의 아들이 인공지능의 반란으로부터 인류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최정예 전사를 현재로 보내는 반면, ‘도라에몽’에서는 평생 불우한 삶을 살아온 자신의 할아버지에게 좀 더 나은 삶을 만들어주기 위해 할아버지의 조력자로 고양이 로봇을 보낸다는 것뿐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러한 ‘도라에몽’이 일본어인 까닭에 방송에서 이 애니메이션을 거론할 때는 그저 애니메이션 제목이 ‘고양이 로봇’으로 표현된다는 사실. 어쨌거나 몸이 파란색이고 얼굴의 일부와 배만 하얗게 채색된 ‘도라에몽’은 주인공인 초등학생 진구와 함께, 온갖 난관을 우여곡절 속에 헤쳐 나가는 든든한 존재이다. 연예인 가운데에서는 배우 심형탁씨가 ‘도라에몽’의 매니아로 유명하다.

이밖에도 파란 피부를 가진 캐릭터들로는 영화 ‘X맨’에서 자신의 외양을 어떤 사람의 모습으로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돌연변이 ‘미스틱’을 포함해, 게임 캐릭터인 ‘소닉’ 그리고 포켓 몬스터의 유명 캐릭터인 ‘꼬부기’ 등이 있다. 참고로 ‘소닉’은 세계적 게임기 생산업체인 ‘세가’가 ‘닌텐도’에 대항해 1991년에 등장시킨 캐릭터로 지금은 전설이 되어버린 비디오 게임 ‘소닉 더 헤지혹’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주인공이다.

참고로 ‘헤지혹(hedgehog)’이란 고슴도치를 뜻하는 영어 단어로서 주인공인 소닉을 영어로 풀이한 것이다. ‘소닉’은 누계 판매량이 무려 3억5000만장에 이를 정도로 대성공을 거두었으며 이 같은 성공에 힘 입어 내년에는 ‘수퍼 소닉’이라는 이름의 실사 영화로 곧 개봉될 예정이어서 벌써부터 많은 팬들의 설렘을 자아내고 있다. 이와 함께, 가히 메가 히트라고 일컬을 만한 지구적 붐을 일으켰던 ‘포켓 몬스터’에서 주요 캐릭터인 ‘피카츄’와 함께 역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꼬부기’는 불, 불꽃, 물의 세 가지 타입 가운데 물 타입에 속하는 캐릭터로 물대포를 주무기로 지니는 파란 아기 거북이이다.

그럼, 다음 시간에는 캐릭터가 아닌 진짜 인간을 중심으로 한 파란 피부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도록 하겠다. 어느덧 11월도 하순으로 치닫고 있다. 갑자기 뚝 떨어진 수은주에 모두들 감기 조심하기 바란다.

/심훈 미디어스쿨 교수